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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a Aug 21. 2023

사업가의 길-03

장사의 시작


나는 2017년에 장사를 시작했다.


내 친구는 2년 뒤에 회사에서 독립해서 신규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친구 역시 자신이 하는 업을 ‘장사’라고 규정했다.


우리 둘은 업종은 전혀 달랐지만 공통된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가리켜 ‘사장’ 혹은 ‘사업’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것. 서로 입 밖으로 그렇게 하자고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암묵적으로 우리 둘은 ‘장사’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했다. 그것은 오만해지지 않고 늘 ‘허슬’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 보통 ‘장사’의 이미지가 힘들고 고된 것이 당연한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의 업을 ‘장사’로 말하며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들을 감내하며 회사에서 주는 월급보다 많은 돈에 취하지 않도록 늘 경계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내가 상품을 개인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의 업종이었고, 친구는 상품이 필요한 기업과 그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을 서로 연결해 주는 방식의 업종이었다.(전문 용어는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가능한 쉽게 설명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겠다)


내가 하는 장사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자영업과 거의 일치할 것이다. 


나의 업종을 A라고 하자. 


- A업종>

1. 매장이 있어야 하고

2. 개인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며

3. 나의 노동력이 곧 매출과 직결되고

4. 상품의 단가는 일반적인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이다.


반면 친구의 경우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사와 완전히 달랐다. 


친구의 업종을 B라고 하자.


- B업종>

1. 기업을 설득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만 있으면 매장은 필요 없었고

2. 노동력이 곧 매출과 직결되었지만 매장도 없고 자리를 지키며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의 속박에       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3. 상품의 단가가 천만 원대로 비쌌다.


자, 어떤 업종이 더 좋아 보이는가? 


당연히 B일 것이다. 실제로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A업종이라고 해서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B업종이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작으로 돌아가보자. 나와 친구가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돈과 시간, 젊음 같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돈, 시간, 젊음도 필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절대적인 요소는 바로 그 업종에 대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A업종에 대한 기술을 취미로 시작했다. 


왜, 주변에 보면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오랜만에 만나 취미로 무엇인가를 시작한다고 했는데 다시 또 오랜만에 만났을 때 여전히 그 취미를 즐기고 있는 사람. 더군다나 매니아 수준으로 취미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어중간한 '프로'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수준이 된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나였다. A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만큼의 커리어와 자격증 같은 것이 갖춰졌을 때, 나는 더 이상 취미 수준으로 A업종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반면 내 친구는 B업종을 회사에 입사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친구가 입사한 회사는 대기업이면서도 돌아가는 프로세스는 중소기업스러운, 신입사원에게 너무나 많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 구조였는데, 친구는 거기서 맨땅에 헤딩을 해가면서 B업종에 대한 기술을 습득했다. 친구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2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B업종에 관해서는 웬만한 차장급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업무처리능력과 이해도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소위 '전문가' 수준의 기술을 습득한 우리는 서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업종의 차이 때문에 결과는 많이 달랐다. 

카페 같은 업종은 매장도 필요하고 접객을 할 수 있는 인원도 필요하다. 


A업종의 특성 때문에 나는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했고, 대출을 받아야 했다. 또 나의 노동력으로는 커버할 수 없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동업으로 장사를 시작했다.(동업에 대해서는 앞으로 자세히 다뤄보겠다) 또 전통적 의미의 '장사'에 가까운 업종이라 자리를 잡아가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반면 B업종의 특성 덕에 친구는 월세 30만 원짜리 자그마한 사무실을 얻어서 시작했다. 그 뒤로 사무실에서 영업을 통해 매출을 일궈냈고, 지금은 강남에 번듯한 사무실을 임대해서 억 단위 매출을 내고 있다. 물론, 친구 역시 부침이 많았다. 첫 매출을 내기 전까지 좁은 사무실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하지만 나에 비해서는 투입되는 노동력대비 빠른 시간 안에 자리를 잡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업종의 특성 때문이다. 자영업을 준비하는 분들은 이 이야기를 곱씹어보길 간청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 의미의 '장사'에 가까운 나 같은 업종은 정말 말 그대로 주인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나는 아파서도 안되고, 체력적인 이슈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하루에 12시간 내지 14시간 일하고 주말도 쉴 수 없었다. 전통적 의미의 자영업이란 그런 것이다. 


단순히 거래를 성사하는 것만으로도 큰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아이템도 존재한다. 


반면 친구가 하는 B업종 같은 '장사'는 조금 다르다. 어떻게 보면 기업의 니즈를 파악해서 그 상품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을 연결해 주는 중개인, 그러니까 그 니즈를 정확히 찌르는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무기로 하는 '지식서비스업'의 느낌이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 사람들은 내가 하는 A업종 같은 것만 자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B업종의 사업을 더 많이 하셨다. 정말이다. 우리 세대의 자영업 테크트리는 이렇다. 


1. 입사를 한다.

2. 퇴사를 한다. 

3. 자영업을 시작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자영업 테크트리는 이렇다. 


1. 입사를 한다. 

2. 정년까지 일한다. 

3. 회사에서 배운 기술과 거래처를 가지고 나와 개인사업을 시작한다. 


물론, 부모님 세대의 테크트리는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정적이다. 하지만 우리 세대의 테크트리는 쉬운가? 시작은 쉬울 수 있어도 5년간 폐업률을 생각한다면 쉽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생에서 옳고 그른 것은 없다. 어떤 테크트리를 타던지 장단점이 있고, 자리를 잡기까지 힘겹고 고난의 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영업이라는 정글에서 7년 동안 생존해 보니, 자영업을 하는 방법이 두 가지 루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취미로 시작해서 전문가가 될 동안 진득이 시간을 투자해서 기술을 배울 것인가?


회사에서 돈이 되는 사업을 배워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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