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17년 시작한 가게가 벌써 햇수로 7년 차에 접어들었다.
'서른까지 3년'이라는 타이틀로 브런치에 글을 끄적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정말로 그렇게 느낀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현재를 보면 시간이 무섭도록 빠르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일곱 번째 여름을 나는 동안 많은 사건과 사고, 부침이 있었다. 하지만 따로 기록해놓지 않아 오래된 일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이, 지금에서야 조금 아쉬움을 느낀다. 그래서 앞으로 쓰는 글들에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과 그동안 겪은 나의 생각들을 버무려 기록을 남겨놓을 생각이다.
거창하게 ‘사업가의 길’이라고 타이틀을 정했다. ‘사업’이라는 것이 지금 내 입장에서 거론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담스럽고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는 단어지만 이 단어를 타이틀로 정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나의 메니페스토다.
내가 생각하는 연애의 끝은 결혼이듯이 자영업의 끝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당연한 심리, 나 역시 자영업자로 시작했으니 시스템을 갖춘 사업이라는 형태로 내 가게를 성장시키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하루는 고되고 고달프다. 머릿속으로만 쟁여놓은 생각들은 그 끝이 치열한 삶이 치여 구석으로 내몰리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마음먹고 꼭 해내야 하는 일들은 따로 노트에 적어놓거나, 주변에 ‘선언’을 통해 공고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업가의 길’을 기록하기로 한 나의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나눔이다.
내가 자영업을 시작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멘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멘토가 없다는 것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을 말한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길을 잃었을 때보다 훨씬 난처하다. 길을 잃었다는 것은 내가 잘못된 것을 자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경우에는 올바른 길을 찾으면 해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내가 길을 잃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 경우에는 거대한 문제가 터져 나오기 전까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5년 생존율은 22.8%다. 다행히 나는 22.8%에 속해 '생존'했지만 멘토가 없는 것은 여전하다. 앞으로 나는 여느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성공을 목표로 살아갈 것이다. 다만 나의 행동과 가는 방향이 옳은 방향인지는 지금은 알 길이 없다. 때문에 후에 내가 성공한다면 뒤늦게 자영업을 시작한 분들을 위한 지침서가 되길 바라고, 내가 실패한다면 나의 발자취를 반면교사 삼아 같은 실수를 피해 생존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이것이 두 번째 이유다.
아무쪼록 다른 분들의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 7년간 자영업을 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이슈들과 사업화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것들을 차근히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여러분들께 한 가지 규칙을 말씀드리고 싶다.
그것은 바로 내가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의 구체적인 업종을 밝히지 않겠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업종을 밝히지 않는 점은 혹여 편견이 생겨서 '너는 그 업종이니까 그렇지'라는 사고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물론 노파심이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또 한 가지의 이유는 재미를 위해서다. 되도록 숨기려고 하겠지만 은연중에 글에서 업종과 관련된 것이 나도 모르게 나타날 것이다. 글이라는 것은 그렇다. 늘 글쓴이의 생활과 사고방식이 묻어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을 통해 나의 업종을 여러분들이 유추하여 맞춘다면 심심한 재미가 있지 않을까?
그럼 다음 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업가의 길을 시작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