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9.
그녀의 격렬한 반응에 나는 잭슨키드에 대한 '퇴물 발언'에 대해 열심히 해명해야 했다(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녀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잭슨키드의 노래가 데뷔 앨범부터 최근 디지털 싱글까지 전부 담겨 있을 정도로 빅 팬이었다).
"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녀는 몸이 앞으로 기우는 것도 모르고 대답을 재촉했다. 탱크톱 사이로 아찔한 광경이 펼쳐져 서둘러 몸을 뒤로 뺀 나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어.. 그게 나도 3집 까지는 정말 좋아해."
"그런데?"
"지금은 자기도 자기가 하는 음악에 대한 확신이 없잖아."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중간하거든 위치가. 예전에 배고프고 힘들 때는 공감 가는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열망, 희망 같은 것이 전해졌잖아. 그래서 마니아 층도 생긴 거고. 근데 이제는 예전처럼 고달프지 않아. 자기가 말한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을 벌었거든. 가난한 삶, 꿈, 서울에서의 소시민 같은 것을 노래로 말한 사람인데,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진 거지."
나는 중간에 말을 한 번 끊고 눈치를 봤다. 그녀는 눈짓으로 계속하라고 말했다.
"잭슨키드도 골치 아팠을 거야. 가장 잘했던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고 스웩 가사는 또 쓸 수 없어. 더 잘 벌고 더 잘 노는 어린애들이 있거든. 그러니까 사랑 쪽으로 방향을 튼 거지. 사랑노래는 안 먹힌 적이 없었으니까."
"사랑 노래가 문제라는 거야?"
"아니? 진정성의 문제지. 사랑해서 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밑도 끝도 없이 이별의 장면을 묘사하거나 '네가 정말 좋아'라는 이야기만 3분 내내 해. 기존 팬들은 황당할 수밖에. 그저 그런 퀄리티의 사랑 노래를 줄줄이, 그것도 앨범도 아닌 싱글로 내고 있으니. 돈 때문에 사랑을 파는 것만큼 추한 것도 없으니까."
말을 마친 후 소주잔을 입에 털어 가쁜 숨을 삭혔다.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화가 났는가 싶어 표정을 뜯어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것을 보아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자체는 분명해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변하는 법이니까."
비어 있는 내 잔을 채워주며 그녀가 말했다.
"그래, 누구나 변하지 그렇지만..."
"그만."
"응?"
"그만하라구. 사람이 변하는 것은 슬퍼할 일이지 비난받을 만한 일은 아니야."
단호한 눈빛에 나는 무안해져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투명한 유리 잔속 찰랑이는 액체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무거운 분위기는 머릿속을 멍하게 만들었다. 행여라도 한숨소리가 들릴까 코로 길게 숨을 뱉어야만 했다.
"화낸 거 아니야."
"응?"
정곡을 찌르는 그녀의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눈치 안 봐도 돼. 화낸 거 아니니깐. 나 화 안내."
웃음이 서린 듯 만듯한 표정으로 말하는 모습이 정말로 화난 사람은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간사하게도 미안하고 불편했던 기분은 사라지고, 빈자리를 궁금증이 채웠다.
"화를 안 낸다는 게 무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