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 빨간 페라리를 탄 남자

by starka

김이 세라에게 접근한 것은 페라리를 얻은 후 2개월 만이었다. 두 달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김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날이 갈수록 김은 눈이 푹 파이고 몰골은 초췌해졌다. 환자를 마주해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만히 천장 한편을 바라볼 때가 많았다. 보다 못한 간호사들이 권 간호사에게 말해 권 간호사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도 김은 혼자 가만히 웃고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권 간호사는 병원 사람들에게 '드디어 김 선생이 미쳤다'며 '내 그럴 줄 알았다'부터 시작해서 '어쩐지 느낌이 안 좋더라'는 식의 이야기를 마구 쏟아냈다. 워낙 오래된 건물이라 방음이 되질 않아 카랑카랑한 권 간호사의 목소리가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크게 들렸지만 김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처럼 진료가 없는 시간에는 자리에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의 머릿속에는 온종일 갖고 싶은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직장 이런 것들을 다 손에 쥐는 것은 수저의 색깔에 따라 달렸다는 패배주의적인 생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김은 잠마저 줄여가며 생각에 몰두했다. 페라리 다음으로 김이 욕망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건물이었다. 세상을 창조한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3순위 안에 꼭 드는 건물주, 2년마다 월세를 올리며 세입자들의 고혈을 짜내는 그런 건물주가 김은 되고 싶었다.


김이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대학교 때 고학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1년마다 꼬박꼬박 월세를 올려 받은 집주인에 대한 원망도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불쌍하다고 술을 사준 건물주 아들의 얼굴도 한몫했으며, 1주년 기념일 날 돈이 없어서 시험공부를 핑계 대고 만나지 못한 옛 여자 친구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김이 건물주가 되고 싶은 이유는 세라 때문이었다. 김은 지긋지긋한 이 병원, 매번 화장실을 갈 때마다 거미줄을 헤치고 나와야 하는 낡고 더러운 건물을 가지고 싶었다. 세라네 약국이 이 건물을 소유함으로써 세라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김은 페라리를 소유하고 나서부터 '갖고 싶은 것'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는데, 한 번은 노신사를 불러 이 능력의 사용법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이 능력의 제한은 어떻게 되죠?"


노신사는 김의 물음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한은 없네."


"제한이 없다고요?"


"바라는 것이 이 세상의 것이라면 말이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 아니라면 가능하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니까."


"그럼 사람도 포함인가요?"


노신사가 알 수 없는 소리를 했지만 김은 그러려니 하고 알고 싶은 것만 물었다.


"이 땅에 두 발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이미 죽은 사람은 안되네."


노신사의 대답에 김은 웃었다. 사람에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김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날부터 김은 세라를 향한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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