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내가 살 집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서른한 살 기념으로 몇 가지 목표로 잡은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장편소설을 하나 써서 출판하는 것 두 번째는 차를 구입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립하는 것.
첫 번째야 수익을 기대하고 하는 일이 아니라, 나의 성실함과 변변찮은 작품을 세상 밖에 꺼내놔야 하는 민망함을 감수하기만 하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다르다.
물론 내가 남자들의 로망인 포르셰 911이나 페라리, 혹은 한남 더 힐 같은 고급 빌라를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됐건 차나 집이나 사람 인생에서 가장 큰 지출로 이어지는 두 가지 자산이기 때문에 1년 내에 두 가지 모두 이루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를 목표로 세운 것은 환경 탓을 관두고 우선 행동하기 위해서다. 하루키가 이야기했듯이 한정된 목표는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
목표에 따른 내 계획은 여름 즈음 소설을 끝마치고 독립출판을 진행한 후에 늦가을 즈음에나 중고차를 한 대 구입하고 올 겨울에 독립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람일이라는 게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친구 부모님이 타시던 차를 인수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회사에서 지원하던 리스 차량이었는데 이번에 기간이 만료가 되어 반납을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연식도 괜찮고 키로수도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단번에 승계를 받겠다고 말했다. 조금 무리한 감이 있었지만 기회는 억지로라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지나간 경험들이 이미 수차례 말해준 바 있다.
그렇게 두 번째 목표를 먼저 이뤘다.(물론 차량은 리스사 소유 기는 하지만) 첫 번째 목표 역시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으니, 여름 즈음에는 초고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에는 퇴고를 마치고 출판할 수 있겠지 싶다.
하지만 세 번째 목표인 독립은 도무지 가닥이 잡히질 않는다. 목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네이버 부동산에 들어가 시세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아파트/빌라로 카테고리를 설정하니 무수히 많은 핀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하는 바람에 상세 조건을 변경해야 했다.
우선 아파트와 빌라는 그대로 두고 가격대와 평형을 조정했다. 가격은 4억 원 이하, 평형은 20평에서 30평 사이로 조건을 변경했다. 30대 신혼부부가 마련하는 최초의 '내 집'이 평균 4억짜리 아파트라는 어떤 기사를 봤기 때문이었다. 조건을 변경하니 무수히 많던 핀들이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감췄다. 한두 개의 핀들만이 내가 선택한 조건에 맞는 아파트 혹은 빌라였다. 아무리 집값이 비싸도 그렇지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어 자세히 보니 지역이 강남구로 선택되어 있었다. 그럼 그렇지 하며 지도를 좌우로 움직여 봤다.
강남 쪽에는 두세 개 밖에 없던 핀들이 강서, 강동, 강북으로 갈수록 많아졌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을 나이가 아니라 내가 아는 아파트라고는 래미안, 힐스테이트, 롯데 캐슬, 자이 같은 것만 있었는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을 가진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 마치 취업을 준비하기 전에는 삼성, 엘지, 현대만 대기업인 줄 알았던 무지한 대학생이 오버랩되며 현재 내 처지에 대해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한 달에 100만 원씩 저축하면 1년에 원금만 1200만 원. 이자까지 생각해서 8년은 꼬박 달에 100만 원씩 모아야 1억이었다. 4억을 모으려면 한 달에 100만 원씩 저축했을 때 36년이 걸린다. 내 나이에 36을 더하니 환갑을 훌쩍 넘겨 고희를 바라본다. 안쓰러움을 넘어 눈앞이 캄캄하다.
물론 한 달에 저축하는 돈을 늘리면 시간이 당연히 줄어든다. 그러나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자영업자의 입장에서는 해마다 오르는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다. 게다가 하루 12시간 일하는 입장에서 부업을 하기도 만만치 않다.
'도대체 친구들은 어떻게 결혼한 거지?!'
하는 물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가격을 3억, 2억 순으로 낮추어 검색을 했다. 그러자 핀들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가뭄의 콩 나듯이 있는 매물들은 도저히 살 수가 없을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거나 노후된 아파트였다. 물론 혼자 살기 위해서라면 보증금 500에 월세 30짜리 빌라를 가서 살아도 된다. 내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나은 선택이다. 단지 어차피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나이에 신혼집을 염두해서 부동산을 찾아본 것이 실책이라면 실책이다.
사실 실책이라고 하기에도 그런 것이 어차피 내년 말에서 후년에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써(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월세로 혼자 오래 살바에야 괜찮은 신혼집이 있으면 대출을 받아 매매하고 결혼을 앞당기는 것이 현명하다. 혼자 월세를 내며 돈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그 돈을 모아 빨리 결혼을 하는 것이 오히려 돈도 아끼고 내가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인 것이다.
문제는 집이 너무 비싸서 문제다. 언제고 할머니께 '우리 세대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 희망이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할머니는 마음 맞는 짝이면 서로 월세부터 시작해서 아끼고 아껴 집을 늘려가는 것도 재미라고 말씀하셨다. 우문에 현답이다.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는데, 그까짓 집쯤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 둘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둘만 좋아서 결혼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없다. 과연 나는 경제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할 수 있을까?
독립이든 결혼이든 아직은 달처럼 먼 얘기고 영영 이루지 못할 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하루키가 말했듯 한정된 목표는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
목표를 위한 간결한 삶을 살다 보면 언제고 그 근처에라도 가 닿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글 끝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