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시간
처음에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이유는 내가 겪은 부당함을 글로 써내고 싶어서였다.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보다 훨씬 더 내성적이었던 나는 부당함을 겪으면서도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한 사실이 원망스러워 무작정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었다. 3번의 도전 끝에 작가에 선정되었지만 내가 쓴 글을 발행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쓴 글을 발행하는 순간 내 글은 한 명이 보던 두 명이 보던 상관없이 '공연성'을 가지게 되고 이는 나의 글이 매우 객관적이여 함을 나타내야 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개인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주관성이 100% 배제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감정을 쏟아내는 글이 되지 않아야 했고 또 매우 사적인 일기장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지난 6개월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바로 보는 연습을 매일매일 해야만 했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과민 반응한 것은 없는지, 곡해한 것은 없는지 등을 다시 살피게 되었고 부당함 속에서의 객관적인 사실이 무엇인지 찾고 또 찾았었다.
그렇게 약 한 달 동안 20부작을 끝으로 나의 첫 이야기가 마무리되었고 덕분에 지난 6개월 동안 무조건 부당하다가 생각했던 시간들 속에서 나의 행동을 다시금 살피는 계기가 되었다. 역시 마음속에 담아만 두고 혼자만 생각하면 무엇이든지 왜곡되어 보게 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작게나마 글로 표현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너무 고마웠고 소중했다. 이 기분을 잃기 싫어서 바로 두 번째 브런치에 글을 쓸 계획을 세웠고 약 한 달 동안의 고민을 거쳐 새로운 주제를 선정했다.
그 두 번째 주제가 오늘을 마지막으로 종료되는 '오늘의 궁금증'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직장을 다니고 나서 궁금한 것이 투성이었지만 '별게 다 궁금하다.'는 주위의 말에 입 밖으로 잘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글로 담고 싶었다. 글로 담으면 내 생각의 오류를 발견할 수 도 있고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에 호기롭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게 글을 쓸 수 있었다. 주제 선정, 글 순서 계획이 어렵지 않았고 궁금증의 계기가 명확한 것들을 주 소재로 썼기 때문에 감정의 쏟아냄 없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그날의 분노가 궁금증으로 다가왔고 감정을 쏟아내는 글이 늘어나 버렸다.
회사생활 10년 차, 9번의 이직 동안 나름 회사를 견딜 수 있는 기준이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회사 내 존경할 만 상사 유무와 두 번 째는 일 자체 흥미 유무이다. 이 2가지 중 한 가지라도 충족된다면 1년 이상 회사를 다녔고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짧게는 1개월 안에 회사를 그만두었었다. 그렇게 자유롭게 회사를 옮겨 다니다 결혼을 하게 되고 임신 계획이 세워지면서 더 이상 자유롭게 회사를 옮겨 다닐 수 없는 순간이 왔고 2가지 조건 중 한 개라도 충족되길 바랬던 지금의 회사는 내 인생 최고로 버티기 어려운 회사가 되어버렸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 늘어났고
분노와 화가 쌓이면서 그것을 풀어내는 창구가 오늘의 궁금증 에피소드가 되었다.
당연히 글을 객관성을 벗어나 나의 감정을 토로 하는 일기장 형태가 되어 버렸고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트레스 풀고 내가 회사를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가 되어 버린 브런치였기에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에피소드를 마치는 지금에서야 지난 글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뭐 어때,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누군가는 공감할걸?'이라 스스로 합리화하며 글을 발행해 버렸다.
세 번째 브런치 매거진을 발행할 때에는 조금 더 작가다운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들쭉날쭉 발행하는 글이 아닌 요일과 시간을 정해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며 '이 사람 글 좀 쓰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기 위해 애써볼 것이다. 그래서 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도록, 감정을 쏟아내는 일기장이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공부하고, 정비해서 다시 브런치로 돌아올 예정이다.
부족했던 오늘의 궁금증 에피소드를 읽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면서 다음에는 한 단계 성장한 사람이 되어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로써 오늘의 궁금증 시즌을 종료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