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이어트는 언제까지 해야 할까?

그만하고 싶은 다이어트

by 껌딱지

나는 키 162cm에 고도비만인 비만환자이다.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는 이미 86kg를 넘었고 대학교 3학년때까지도 70kg ~80kg를 유지했다. 술도 좋아했고, 사람도 좋아했고,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 먹을 수 있는, 먹기 위한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요즘이야 체격이 있고 고도비만인 분들도 특별히 비난받거나 놀림과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내가 20대였던 그 시절엔 뚱뚱한 몸은 놀림대상이었고, 뚱뚱한 몸은 연애, 취업 등 모든 것에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뭐랄까? 살을 빼고 싶지만 빼야 하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고 놀림을 받아도, 주위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멍청이처럼 웃으며 지냈다.


그러다 23살, 국가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


23년 만에 그렇게 큰 대도시는 처음이었고 그 세계는 놀랍도록 아름다웠고 신비로웠다. 모든 사람들이 날씬하고 예뻤고, 모든 사람들이 패셔니스타였다. 심지어 하루 종일 학원에서 공부만 하는 수험생들도 날씬하고, 아름답고 예뻤다. 그때 문득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고 원푸드 다이어트(두유, 아이스크림 등)를 번갈아 먹으며 86kg에서 58kg까지 살을 뺐다. 살이 빠지고 예쁜 옷을 사 입고 화장을 하기 시작하니 세상이 나를 대하는 게 달랐다.


길을 가다 번호가 따이기도 하고,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누나 너무 예뻐요~'소리를 매일 들었다. 그 기분에 취해 더욱더 몸관리를 했고 내 인생 최고의 미모를 찍으며 다시 복학했을 때, 동시에 3명에게 고백을 받는 등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달라지는 것을 몸소 느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나는 다시 86kg를 찍었고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동생이 '좀 보기 그렇다'라는 소리를 듣고 또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했으나 결국 숲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살 때 문은 아니었겠지만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랑 헤어지면서 나는 그대로 쭉 고도비만인 채로 살았다.


여기까지는 고도비만으로 인한 질병은 없었다. 온갖 건강검진에서도 모두 정상으로 나왔고, 아픈 곳도 없이 건강한 돼지로서의 삶에 충실하며 살았다. 이런 나의 모습도 사랑해 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준비를 하며 다시 68kg까지 배지만(뚱뚱한 채로 드레스 입으면 결혼식 안 온다는 동생 때문에) 임신과 육아를 반복하며 다시 87kg 찍었고 이제는 고도비만이 질병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임신성 당뇨와 임신성 고혈압이 그대로 이어져 혈당과 혈압이 높았고. 허리, 목, 골반이 걸핏하면 어긋나는 등 계속 아프기 시작했다. 한의원을 1년 넘게 다녀도 그때뿐, 나아지는 게 없었다. 이제는 정말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무작정 굶어서 하는 다이어트는 또 안된다. 몸의 교정, 체력 증진, 근육 확보 이 3가지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운동을 하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아, 정말 그만하고 싶다. 진짜 다이어트 너무 그만하고 싶다.


더군다나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운동할 시간은커녕 잠자기도 바쁜데, 굶지 않고 운동하며 건강하게 살을 도대체 어떻게 빼야 할까? 이 와중에 육아 유튜브, 육아 인스타에서는 모두 다 날씬하고 모두 다 예쁜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날씬한 건지, 뼈를 깎는 노력으로 날씬하고 건강해진 건지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부럽다. 부러운데 도저히 몸이 안 움직인다. 다이어트 그만하고 싶다. 그만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

안 하고도 건강하고 또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는 정녕 없는 것일까? 다이어트 그만하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상식이 부족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