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인 예절도.
나는 내가 사회적인 '예의', 기본적인 '상식'을 모르는 사람일꺼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었다. '예의없다.' 소리 들은 적 없고, '무식하다' 소리들은 적 없고, 정치인, 교수, 중소기업 사장님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더라도 어느정도 대화가 가능했기에 스스로를 모자르다고 느낀적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전 전혀 예상치도 못한곳에서 나 자신의 무식함을 느껴 충격을 받았다.
요즘 화장실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좌변기 화장실이고 그뒤에 물을 내리는 레버가 있는데
나는 그걸 당연히 발로 밟는거라고 생각했다. 재래식 변기를 쓰면 그 바로 앞에 레버가 있었고
그 레버를 항상 발로 눌리다보니 좌변기도 그럴꺼라고 생각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공중화장실에서 좌변기 뒷편 레버를 발로 밟고 뒤돌아섰는데 '레버를 발로 밟지마세요'라는 문구가 보였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문득 이상해서 익명 커뮤니티에 물어보았다.
'좌변기 뒤쪽 레버, 발로 눌리면 안되나요?'
순식간에 댓글이 5개정도 달렸는데, 나의 무식함에 쓴소리하는 사람도 있었고, 친절히 길게 설명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결론은 '당연하게도 발로 밟으면 안된다' 였다.
"땅에 붙어있으면 발로 밟는게 맞지만, 좌변기 뒤에 있다면 위치상 손이 더 가깝지 않은가?"
"굳이 다리를 올려서 그 레버를 눌릴 필요가 있을까?"
정말 몰랐다. 이 글 보는 사람들은 이 당연한 이치를 왜 모르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진짜 몰랐다. 사회적인 약속에 대한 부분은 그 어떤 교과서와 논문에도 나와있지 않아 내가 배울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으나 30살이 넘도록 당연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적지 않게 놀랐다.
이런일을 또있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늘 주차공간이 부족해 기어를 중립으로 한 후 이중주차를 하고 있다. 그래서 퇴근할때 보통 내 앞에 차가 있으면 그냥 밀고, 차를 뺀 후 원위치 시켜놓는 편이다. 중립이 되어있는데 굳이 전화를 해야할까라는 생각도 있었고, 이렇게 이중주차를 전 직원이 한다는 것 자체가 이런부분들이 암묵적으로 허용되는것으로 생각했다.
그날은 야근때문에 사장님이랑 외부에서 석식을 먹고있었다. 차량을 빼달라는 전화가 왔고, "죄송하지만, 지금 밖이라 가기 어렵습니다. 중립되어있는데 밀고가시면 안될까요?"라고 했더니 노발대발 화를 내며 "이렇게 주차하는게 정상입니까?"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밀고가면 되는데 왜 화를 내시지? 싶어서 다시한번 권유드렸으나 대답도 하지 않으시고 씩씩거리고만 계셨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차장으로 뛰어갔는데 이미 내 차를 밀고 빠져나간 후였다.
"이렇게 밀어서 나갈 수 있는데 왜 그러셨을까?"
다음날, 회사 익명커뮤니티에 주차장 3대빌런 이라고 올라왔는데 아래와 같았다.
1. 곡각지에 주차하는 사람
2. 차량주차금지 구역에 주차하는 사람
3. 중립되어있으니 밀고 나가라는 사람
나는 그날 그사람에게 빌런이었던것이다. 이중주차시에는 어떤상황에서건 달려가서 차를 빼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사실 아직도 이부분은 이해가 잘안된다.
그냥 밀고 나가면 되는데 왜그럴까, 흔쾌히 빼 줄수 있는 상황이면 당장 달려나가지만, 너무 높으신 분과 식사를 하고 있던 터라 그 상황이 정말 어려웠다. 이중주차를 다들 암묵적으로 동의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게 이해가되지는 않지만, 3대빌런이라는 게시글에 동의하는 댓글이 무지막지 하게 올라오는거 보면 내가 한 행동이 3대 빌런이 맞는거 같았다.
사회적인 약속이라는것, 상식이라는것을 학교에서, 신입(생) 오리젠테이션에서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우리 회사(학교)는 이게 상식이고 예절이야." 나이 30살 먹고 상식과 사회적 예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니 너무 놀랍고 무서웠다.
상식과 사회적인 예절, 그걸 알려면 몸으로 부딪히고 욕먹고 배우는 수 밖에 없는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