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매일 같이 글을 쓰기로 마음을 잡았었다. 폐인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사람이 되려 했다. 이 만성적인 무기력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뭐 사실 예측했듯 별 성과는 없었다. 계속해서 폐인 같이 살아가고 있다. 어떤가? 이 글을 읽고 나니, 내가 이전에 했던 다짐과 고백이 그저 내숭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는가? 그저 책임을 계속 회피하기 위한, 정말 진짜배기 핑계로 보이지 않는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매일, 매 순간 실패만 하고 있는 이 나 자신을 한심해하는 것도 이제 지친다. 남들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살아가는 건가 싶다. 그리고 내게 도대체 무슨 심각한 결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신뢰가 무너져 내린 것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울 일일까. 하지만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은 사람들의 화려한 비상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수 차례 접한 적이 있다. 난 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리고 그 동시에 미웠다. 그들이 눈에 잡힐 때마다 내 삶은 끝없이 비루해져 갔다. 이런 얘기를 꺼내면 여러 온정 가득한 응원이 들어온다. 하지만, 그러한 응원은 시간이 지나면 나를 찌르는 창이 된다. 그러한 사랑을 받고도 보답은커녕 아무것도 안 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끔찍했다. 그렇게 죄책감은 흩어질 틈도 없이 마음에 계속해서 쌓여갔다. 그렇게 나는 조용히 무너졌던 것 같다. 물론 가족들은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할지 모른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화내기도 많이 화냈고. 가족들이 날 미워해도 난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가족들은 날 아껴준다. 그것이 또 날 아프게 한다. 모르겠다. 이렇게 바보같이 얼마나 방황해야 할지도. 또 혹자가 말하듯 우연히 내게 구원자가 찾아올지 말지도. 이제 난 마냥 어리진 않다. 책임을 져야 할 나이에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6살 아이와 그다지 큰 차이가 있진 않다. 부끄럽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하지만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껏 부끄러워만 해서. 그래서 이렇게 된 것 아닐까? 어쩌면. 그저 물 흐르는 대로 사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그저 내키는 데로 사는 게 내게 주어진 유일한 탈출구일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에겐 포기로 보일 것이다. 아니, 사실 포기가 맞다. 하지만 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날 괴롭게 하는 공부로부터 잠시 떨어져 볼까 한다. 미친 짓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고3이 공부를 안 하다니. 공부 안 하던 애들도 미친 듯이 공부하던 때에 공부를 안 하다니. 이것만큼 한심한 짓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한번 해보려 한다. 나 스스로를 시험해보려 한다. 내가 무언가에 몰두한다면 얼마나 이뤄낼 수 있는지 스스로 증명해보고 싶다. 그러면 새 그릇에 새 마음을 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공부를 일단 보류하려는 거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성실하게 하고 있지는 않으니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소설이든 사설이든 뭐라도 써보겠다. 기간은 최장 30일. 이 일도 무위로 돌아갈지 모르겠다. 부모님의 속이 타들어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방황을 멈추기 힘든 이상, 맘껏 방황해보려 한다. 길이 나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