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자기혐오와 자기반성은 종이 한 장 차이

by 졸라맨그림쟁이

나는 언제부턴가 나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이것이 나를 수렁으로 빠뜨린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은 확실하다. 나는 내 행동거지가 맘에 들지 않았다. 친구들에게도 인기 없는 나, 성실하지 않고 산만하며 사회성이 떨어지고 허영심은 과도하다. 할 줄 아는 재주도 없고 재능도 없다. 이렇게 계속 나 스스로를 비판했다. 처음에는 이것을 자기반성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나 스스로의 결점을 알 수 있으니 이걸 바탕으로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 생각과 완전히 반대로 나아갔다.

자기반성을 토대로 난 목표를 정했다. 계획적인 인간이 되자. 사회적인 사람이 되자. 성실한 사람이 되자. 그랬더니, 나는 하루하루 매일같이 실패를 쌓게 되었다. 하루를 되돌아볼 때, 나는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고, 그중 운 좋게 한 두 개를 만족해도 성에 차지 못했다. 그러니 점점 모든 것에 흥미를 잃기 시작한 것 같다. 어릴 땐 주변에서 칭찬이라도 많이 해주었지만, 이젠 원동력 삼을 것도 없었다. 나로서 살기 싫었다. 늘 나의 결점을 곱씹고 저지른 잘못을 떠올리며 자아에 대한 적개심을 키웠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자기반성이 아니었다. 나를 나로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기혐오였다.

이는 단순히 내 개인적인 심리에서 끝나지 않았다. 타인에게도 여러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이젠 타인도 혐오하게 되었다. 타인을 보았을 때 그의 단점만이 부각되어 눈에 들어왔다. 괴로웠다. 그 사람이 가진 장점도 다양하고, 그와 어울리는 많은 친구들이 이를 보증했다. 그러나 내 눈엔 여전히 찝찝한 사람으로 보이기 일쑤였다. 나를 사랑하기 전엔 남을 사랑할 수 없다. 누군가 내게 해준 조언이었다. 그 조언을 들은 지도 3년이 되어가지만, 나는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어떻게 하면 "패배자"로서의 내가 아닌 순수한 "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내가 얻은 답은, "감정에서 오히려 멀어져야 한다"라는 조금 이상한 결론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혐오 또는 수치스러움 같은 감정이 꼬리표로 붙으면서 스스로를 더더욱 미워하게 된 것이라는 판단하에 내린 결론이다. 오히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수록 나를 더 잘 알고 더 잘 아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잘 알면서 왜 아직도 수렁에 빠져있는지 의문스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도 여러 번 이야기할 내용이겠지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거의 완벽히 별개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지식"이고, 후자는 "지혜"이다. 내게 지식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이지만, 지혜는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이,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 또한 이 임무 중 하나이다. 그러니 이제 실천해보려 한다. 행복한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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