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방문객이 되는 일이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다. 난 이 시의 단어 몇 개를 고쳐보았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우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다. 문이 활짝 열리면 우주가 펼쳐졌다. 그 사람만의 세계. 헤아릴 수 없는 무한대의 우주가.
몇 달간 사람들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잦았다. 많은 사람의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었다. 난 주로 해가 질 무렵인 오후 7시~9시 사이에 사람을 방문했다. 장소는 어디든 개의치 않았다.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나 시끌벅적한 길거리 같은 곳을 제외하면 말이다. 사람을 알아가는 것과 음료의 양은 반비례 관계였다. 반비례란 두 변수 x, y에서 x가 2배, 3배, 4배로 변함에 따라 y가 각각 1/2배, 1/3배, 1/4배로 변하는 관계를 말한다. 음료가 줄면 줄수록 그 사람의 우주는 내 마음에 점점 채워졌다. 앞으로 우린 몇 잔의 음료를 마시게 될까. 두 잔, 그리고 세잔이 넘어갈수록 난 당신으로 가득 채워질 테다.
“처음 알파벳을 배운 아이처럼, 나는 당신을 한 글자씩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작가 하현의 말이다. 문득 당신의 문장이 부정적인 언어로 가득 채워졌음을 발견했다. “힘들다, 외롭다, 버티기 힘들다. 울고 있다. 공허하다.” 가슴 아픈 동사들은 불씨가 되어 당신의 마음에 활활 불을 지폈다. 당신은 꺼지지 않는 불 앞에 주저앉아 괴로워했다. 화마에 갇힌 당신의 우주를 경험하고 난 뒤 사색에 잠겼다.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창밖에 폭우가 쏟아진다. 요란한 굉음을 내며 하늘이 땅을 두드린다. 땅은 하늘 덕분에 온몸 구석구석을 씻는다. 이곳저곳에 버려졌던 쓰레기들은 빗물에 씻겨 내려간다. 사람의 마음에도 부정적인 감정이란 불을 꺼트릴 폭우가 필요하다.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검게 그을린 재가 남겠지. 그래도 난 그 재가 거름이 되어 꽃잎이 피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