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선생님이 나를 나무라셨던 이유는
수능이 끝나고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3교시 영어 수업이 끝나고 친구와 함께 서울 여행계획을 이야기하며 화장실을 가고 있었다. 수학 선생님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고 난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떠느라 선생님을 못 보고 지나쳤다. 갑자기 선생님이 날 불렀다. “배재윤 너 잠깐만 이리 와봐.” 선생님은 다짜고짜 나를 나무랐다. “넌 왜 선생님을 보고도 인사를 안 하고 지나치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난 평소엔 인사를 꼬박꼬박 잘하는 학생이다. 친구와 이야기하느라 선생님을 보지 못했다.’ 등등의 핑계를 대고 싶었다. 하지만 억울했던 탓인지 말이 쉽사리 나오질 않았다. 선생님은 날 보며 차근차근히 말했다.
“그래 재윤아. 인사를 안 했다고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몰라도 너는 달라야 해. 사범대에 합격했다고 했지? 넌 이제 학생이 아니라 예비교사야. 인사받을 사람이 되고 싶으면 네가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난 고개를 푹 숙이며 고갤 끄덕였다.
섭섭한 감정을 느꼈다. 사범대에 합격해서 축하한다는 말 대신 괜히 트집만 잡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날 선생님이 내게 해주신 말씀은 너무나도 중요한 가르침이었다는 걸 사범대생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귀찮다고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쓰레기를 길에 버리지 말라고 가르칠 테니까. 욕도 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바른말 고운 말을 쓰라고 가르쳐야 하니까. 어른에게 인사를 잘해야 한다. 난 많은 학생에게 인사를 받는 사람이 될 테니까. 그날 선생님이 내게 강조했던 것은 예비교사라면 꼭 갖춰야 할 마음가짐이었다.
“Education is not taught but caught.”라는 말이 있다. 해석하자면 “교육은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발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사교육이던 공교육이던 교사라면 학생들이 모범을 볼 수 있도록 본을 보여야 한다. 즉 교사는 성적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학생이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되도록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다. 사범대생인 난 그날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이 말을 나의 신조로 삼았다.
나는 사범대생이 아니라 예비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