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잘 지내고 있을까

카톡을 남길까 망설여진다

by 배재윤



소설 《빨강머리 앤》의 앤은 고등학교 입시 문제로 2주 동안 다이애나 곁을 떠나야 했다. 그때 다이애나는 애원하듯 앤에게 말한다.


“난 혼자 앉아야 할 거야. 너 말고 짝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어. 아 그동안 정말 즐거웠는데, 그렇지 앤? 좋은 시절이 이제 다 갔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만 같아.”



다이애나를 보며 반 편성을 걱정하던 여학생 J가 생각났다. J에겐 단짝인 세 명의 친구들이 있다. J는 매해 반 편성 때마다 한 명이라도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친구들과 떨어지는 일이 그렇게 두려우냐고 물으니 “아! 몰라요!”라며 고갤 흔든다.


학생들에게 단짝은 자기 전부나 다름없다. 어른이 보기엔 별거 없어 보여도 그들에겐 목숨이 달렸다. 새 학기에 모르는 친구와 앉아야 하는 것. 단짝과 학교에서 디엠으로만 대화해야 한다는 것. 자신의 최애를 함께 이야기할 친구가 없다는 사실 말이다.




2주 동안 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야단법석인 다이애나. 내년에 있을 반 편성에 단짝과 떨어질까 두려워 호들갑 떠는 J. 문득 학창 시절 친구들이 생각났다. 졸업 준비에 급급하다며 살기 바쁘다며 연락 한번 해보질 않아서. 그들과 떨어져 지낸 지 자그마치 6년이다. 다이애나처럼 눈물을 글썽일 수는 없어도 안부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갑작스레 카톡으로 연락하긴 부끄러워 글로 잘 지내냐고 물어본다. 난 잘 살아. 넌 별일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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