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을 전해주겠다는 사람

사랑한다라는 말에 대하여

by 배재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가수 아이유가 쓴 〈밤 편지〉의 가사다. 스무 살부터 불면증을 앓아온 그녀에게 잠은 무척 소중했다. 반딧불을 띄워주겠다는 말은 당신만큼은 편히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꾹꾹 눌러쓴 것이다. 사랑이란 말 대신 창 가까이 반딧불을 띄워주는 일. 그녀만의 쑥스러운 사랑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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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처럼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이 쑥스럽다. 마치 숨겨둔 일기장을 프레젠테이션 화면으로 띄우는 듯하다. 특히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말 한마디가 이토록 어렵다니. 부모님께 끊임없이 “아들아 사랑한다.”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말이다. 기회가 주어지는 날은 어버이날이다. 그날만큼은 사랑한다고 말해도 괜찮을 거 같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난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님 몰래 카네이션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아이유가 사랑하는 이 곁에 반딧불을 전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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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8일, 다시 어버이날이 찾아왔다. 난 잠깐 본가를 떠나 서울 자취방에 있었다. 지금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었다. 전화를 할까 망설이다 결국 못 했다. “저를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한마디가 어찌 이리 힘든 걸까. 선물 목록을 뒤적였다. 휴대용 안마기, 홍삼액 등등을 살펴보다 결국엔 또다시 카네이션이다. 이번엔 카네이션 화분을 드리기로 했다. 얼마 전, 선인장 화분에 꽃이 피었다고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 색깔은 꼭 분홍색으로 골라야겠다.




분홍색 카네이션 꽃말.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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