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보다 낙엽을 만져주는 사람
낙엽이 물들었던 10월 어느 날
등산을 좋아하는 분들은 알 것이다. 벚나무의 낙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어머니와 함께 가을 산행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벚나무의 낙엽이 먼저 물들어야 가을이 다가온단다.” 난 벚나무의 낙엽을 찬찬히 살폈다. 빨강 물감을 푹 찍은듯한 낙엽은 하늘에 흩뿌린 듯이 반짝이는 햇살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봄이 아닌 다른 계절의 벚나무를 기억하는가?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사람들은 눈발처럼 흩날리는 벚꽃잎만 떠올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벚나무는 사계절 중 꽃이 필 때 제일 아름다웠으니까. 꽃잎이 떨어지면 사람들의 관심도 떨어져 나간다.
삶이 벚나무 같은 사람들이 있다. 개그맨, 작가, 배우 등등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사람들 모두 그들이 피워낸 꽃잎을 동경한다. 하지만 그것이 떨어지는 순간이 오면 끝장이다. 그들은 살기 위해 매번 꽃을 피워내야 했다. 이미 꽃잎이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의 곁엔 발길이 끊겼다. 도대체 나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던 사람들, 아름답다고 감탄하던 이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정말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난 결코 아니라고 본다.
사랑은 늘 한결같다. 한결같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변함이 없어야지. 모난 티끌까지 품을 줄 알아야 한다. 꽃을 피우건, 낙엽이 지건 나무는 나무이다. 차갑던, 뜨겁던 물은 물이고 설레던 사람이 편안함만 남았어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인 것을.
꽃잎을 어루만지기보다 구멍이 난 잎사귀를 어루만져주는 사람이길. 그게 사랑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