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많이 아파도 괜찮아

연약함에 마주하는 방법

by 배재윤

식당에서 게를 씹어 먹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도 새끼였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그땐 이렇게 큰 집게발을 가질 만큼 크지 않았겠지.’ 게는 어떻게 성장을 할까? 게는 허물을 벗으며 자란다. 허물을 벗어야만 위풍당당한 집게발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국물 속에 빠진 반찬 신세이지만.


게는 허물을 벗기 직전에 큰 고통을 느낀다. 마치 우리가 몸에 맞지도 않는 청바지를 낑낑거리며 입는 모습과 같다. 허물을 벗은 게는 연약하다. 자신의 하얀 속살을 밖으로 다 드러냈기 때문이다. 천적은 바로 이때를 노린다. 그렇기에 허물 벗은 게는 안전한 곳에 숨어 지내야 한다. 자칫하다 잡아먹히면 어휴 큰일이다. 허물을 벗지 않으면 될 일 아닐까. 그렇다면 영원히 작은 집게발을 가진 채로 살아야 할 테다.


우리도 허물을 벗어야 한다. 연약한 내 모습을 외면하는 일은 무척 흔하다. 대표적으로 공부할 때다. 오답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건 아는 문제였는데, 실수로 틀린 거야. 다시 풀면 맞을 수 있어.’라며 동그라미를 친다. 연약한 모습을 마주하기 두려워 내가 잘 알고 자신 있는 부분 위주로 공부하며 ‘그래 난 무척 잘하고 있어.’라고 위로한다.



연약한 모습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아프고 힘든 일이지만 밖으로 드러내야만 내 몸을 지킬 집게발을 가질 테다. 그러니 지금 많이 아파도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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