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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재윤 Jan 29. 2022

계약직도 하늘의 별 따기인걸요

기간제 교사가 되려면

  기간제 교사. 말 그대로 계약직이다. 보통 정교사의 출산이나 휴직 등으로 빈자리가 생겼을 때 채용한다고 알려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국 교사 중 10%가 무려 기간제 교사며 사립학교의 30%가 기간제 교사다. 30%면 적은 수치 아니냐고 말하지만 3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사라고 말하면 실감이 되려나. 기간제 계약이 끝나면 당연히 실업자. 다시 기간제 교사가 되려면 1차 서류전형을 위해 자소서를 매번 고쳐 쓰고 2차 면접을 봐야 한다. 물론 학교 사정이나 교장의 의견에 따라 면접 없이 재채용되는 일도 있지만, 보장된 건 아니다.

  이마저도 경력이 없다면 채용은 어렵다. 서류 전형 발표 날짜를 절대 기억하지 말라는 13학번 선배의 말을 이제야 이해했다. 갓 졸업한 나는 어차피 많이 떨어질 게 뻔하니까. 오늘만 해도 불합격 통보 문자를 3번이나 받았다. 심지어 연락조차 없는 학교도 있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알려주면 기다리면서 초조하지 않을 텐데.


  그 선배도 졸업 직후 50군데가 넘는 학교의 기간제를 지원했다. 서울 대부분의 학교는 사립이라 인터넷 접수보다 방문 접수 혹은 우편으로 서류를 받았다. 기간제 교사가 되기 위해 쏟아부은 우편비만 10만 원을 훌쩍 넘겼다. 경쟁은 치열했다. 10년, 20년 경력의 기간제 교사에게 밀려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모두 떨어졌다. 그동안 나름 인서울 사범대에 나왔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처음으로 SKY가 아닌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꼈다. 심지어 자살 충동마저 느꼈다고.


  선배는 결국 학교 시간 강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시간 강사는 지정된 시간에만 출퇴근한다. 예를 들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면 4시간 시급을 받는다. 교사는 1년마다 호봉(월급)이 오르는데 시간 강사는 호봉을 올리기 쉽지 않다. 4시간 시급이면 6일을 일해야 하루를 쳐주기 때문에. 365일을 채우려면 도대체 몇 년이 걸릴까. 시간 강사는 방학도 없다. 근무가 끝나도 아이들 눈치가 보여 쉬는 시간이 끝나고 복도가 한산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모두 선배의 경험담이다.


  시간 강사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보통 기간제 교사가 되기 전에 시간 강사로 일하며 실무 경력을 쌓는다. 학원 경력은 경력으로 쳐주지도 않는다. (물론 쓸 게 없다면 그거라도 써서 한 줄 채워야 한다.) 이토록 열악한 환경을 견디면 기간제 교사 합격에 한 걸음 다가간다. 두 번째,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 시간 활용이 가능하다. 잠깐 일하며 용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 고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기간제 교사로 채용이 되지 않는다면 오전엔 시간 강사, 야간엔 학원 강사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간 강사는 기간제 교사와 달리 공무원이 아니라서 학원에서 일할 수 있다. 막막했다. 이래서 임용이 어려우면 다들 학원에서 전업 강사로 일하나 싶었다.




   집에서 불합격 소식만 접하자니 답답해서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숨을 훅훅 내뱉으며 길을 걸었다. 그때마다 안경에 뿌연 김이 서렸다. 평소라면 손으로 쓱쓱 문질러 닦았을 텐데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보일 듯 말 듯 가리어진 풍경이 마치 내 미래처럼 느껴져서. 나와 같은 사회 초년생에겐 계약직조차도 하늘의 별 따기다. 취직이 그만큼 어렵다. 어쩌면 모든 20대가 각자의 가리어진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 서린 안경을 쓱쓱 닦아내면 그만이듯 우리의 앞날도 환히 닦아질 그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안녕하세요 작가 배재윤입니다. 무려 3주 만에 인사를 하네요.  소식이 없어 다들 걱정하실 거라 생각합니다..ㅠㅠ 전 잘 지내고 있답니다! 독자님들도 그간 잘 지내셨죠? 3주 동안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느라고 글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ㅠㅠ 정말.. 브런치 글보다 자기소개서 쓰기 바빴어요. ㅠㅠ

  그동안 기간제 교사 준비하며 겪었던 일을 에세이로 엮어 브런치에 올릴까 합니다. 그리고 아무 소식 없이 연재를 중단했기에 죄송한 마음을 담아서 설 연휴 때 다시 한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연휴 때 뵈어요~~! 가리어진 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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