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사람과 나누는 대화란

고맙다란 말 한마디에 담긴 낭만

by 배재윤


열네 살 정도로 보이는 학생 두 명이 비를 맞으며 곧 출발하는 버스를 향해 정신없이 뛰었다. 다행히 둘은 버스에 탈 수 있었고 덜컹거리며 문이 닫혔다. 한 학생이 빗물에 젖은 우산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손잡이를 놓았다. 그때 버스가 비탈진 길을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학생은 요동치는 버스의 움직임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청거렸고 이내 쓰러졌다.


난 재빨리 일어나 학생의 팔을 붙잡아 일으켰다. “학생 여기 앉으세요.” 내가 앉아 있던 의자에 넘어진 학생을 앉혔다. 그러자 그 학생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난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것이 부끄러워 후다닥 버스 뒤편으로 도망갔다. 학생 두 명은 사이좋게 젖은 우산을 정리하고 있었다.


“고맙다.”라는 말은 내게 늘 고맙다.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니까. 나도 모르는 선행을 베풀었을 때에는 기쁨이 배가 된다. 복학하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운 마음이 가득했었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난 이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새 학기 첫째 날,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시던 학과 교수님이 생각났다. 교수님은 무척이나 땀을 흘리셨다. 비도 오고 강의실 에어컨까지 고장 나 버렸으니 아주 그냥 한바탕 샤워를 하셨다. 난 강의실 맨 앞에 앉아 교수님 손가락 끝에서 땀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교수님은 끝까지 분필을 놓지 않으셨다. “오늘 꽤 덥죠? 제가 더우면 땀을 많이 흘려서 그래요. 미안합니다.” 그 말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교수님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교수님의 열정만큼 내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이다. 곧 답장이 왔다. 무척 짧은 답장이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난 연신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교수님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무턱대고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글을 쓸 때 넌 꼭 잘 될 거라고 말해주었던 친구가 있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참 고맙다.” 그 말을 해본 사람은 안다. 그 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래. 고맙다.”라는 말보다 더 큰 울림이 있다는 사실을. 정말 고마운 사람과 나누는 대화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정말 고맙습니다.
그래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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