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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 Jul 25. 2021

신장개업

용상골 거주 주민분들께 올림

  아아, 안녕하십니까? 주민여러분. 산 아래 산책로에 개업한 식당 <보물집> 인사-올립니다. 뜨거운 여름 날씨에 모두 무탈하신지요. 저는 이, 식당을 운영해 본 경험은 없지만 저 옥수수밭 위쪽 <고등어 식당>, 예, 그 소문난 맛집에서 그릇 닦고 물 배달 하는 수습 생활부터 해온 바 있고, 그때문에 이제 주민 여러분들께서 멀리 가시지 않아도, 즉 산 아래에서도 <고등어 식당>에 뒤지지 않는 맛있는 식사를 하게 되신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예. 새로 시작하는 것이니만큼 가게 운영에 대한 굳은 의지나 손님들을 생각하는 이 마음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제가 자부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오늘은 개업 소식을 알리고, 그 개업에 앞선 저의 포부 그런 것을 주민 여러분께 전하고자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큼, 예, 저희 보물집의 원리원칙은 이러합니다. 


일 번, 항상 앞치마를 단정히 한다.

이번, 식당은 24시간 열려 있게 한다. 즉, 성실하게 운영한다.

삼번, 내놓는 음식에는 늘 정성을 다한다. 즉, 정직한 재료를 사용한다.

사번, 메인 메뉴뿐 아니라 계절 별미를 준비하여 손님들을 즐겁게 한다.

오번, 음식 위생과 식탁 위생에 항시 촉각을 곤두세운다. 


  사실 저희 식당 창문에 필름 시공을 잘못하여 낮에는 식당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음으로 인하여, 심히 수상쩍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알고 있습니다마는... 예, 그러나 소문은 소문인 것이고 저희 식당은 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수상할 것이 하나 없는 일반 식당인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 소문으로 인하여 예정보다 빨리 개업한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모쪼록 손님분들이 오셨을 때 어떤 불안감이나 초조함 없이 편안한 식사를 하시기만을 바랄 뿐이고, 벌써 몇 분이 찾아오셔서 저의 이런 마음이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식당 창문의 필름은 안쪽의 어수선함을 가리기 위함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앞으로도 많은 발걸음 부탁드리면서... 본격적으로 7월의 식단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메인 메뉴는 캐나다산 성묘용 게더 사료입니다. 아이를 동반하는 손님께서는 예약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운 여름철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적셔 줄 냉수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 가장 궁금해하실 별식으로는 참치 맛 크리미 트릿을 준비해두었으니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저희 보물집은 산 아래, 정씨 가문 묘지 뒤쪽으로 걸어오시면 칡 덩굴 있는 오솔길에 있습니다. 해가 뜨거워지는 오후 3시 이후로는 개미 손님들이 북적이니 호젓한 식사를 원하시는 손님께서는 그 시간을 피해 방문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저희 보물집 일동은 앞으로도 우리 털복숭이 주민 여러분의 안녕과 매끼 식사를 위해 전심전력할 것임을 약속드리면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2021년 7월 18일 일요일 

성원을 부탁드리며,

보물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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