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을 좋아한다. 팀장님이 차장님이었을 때부터 좋아했다. 왜냐하면 팀장님 웃는 것정말 예쁘고, 아주 단호해. 봉숭아 물이 손가락 한 마디 넘게 든 내 손을 보고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놀림과 동시에 그래도 퇴근은 6시라고 못 박는 똑띠함까지. 내스탈.
이런 팀장님과 대화하면 나는 뜨끈FF하고 팀장님은 시원TT한데, 어느 날 알게 됐다. 내가 팀장님 말씀을 ‘듣고 있음’을 어필하기 위해 쓸데없는 근육을 쓰고 있다는 것을. 내가 ‘듣고 있다’는 걸 상대방이 ‘보게 하기 위해서’ 듣는 것 외의 다른 곳에 힘을 쓸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놀라웠다.
아니 이슬아… 기가 막혀. 일이나 잘하렴~?
스스로에게 따뜻하게 말해주었다.
그러고 보면 팀장님은 고양이 같은 사람이다. 쓸데없는데 힘을 안 뺀다는 말이다. 고양이를 소파에서 쭈욱 들어 올리면 군더더기 없는 고양이 모양이 남는 것처럼, 팀장님을 스으윽 들어 올리면 깔끔한 일 처리만 남을 것이다. 듣는 것은 그런 식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듣는 것만. 깔끔하게.
유유에서 나오는 <OO의 말들> 시리즈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정곡을 찌르는 문장들을 가지고 와 통찰을 준다. 누가 고심해서 발굴해 온 문장들을 이렇게 쉽게 봐도 되는 건가 싶지만~? “고맙습니다” 하고 읽는다. 대신 한 편이 한 페이지로 짧으니까, 단숨에 읽지 않고 한 편씩 아껴 읽는 것으로 고마운 마음을 오래 품는다.
듣기의 말들.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 말 너무 많다.
(하고 책상에 머리를 박는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저지른 참상들이 떠오른다. 몇 주 전, 가을밤 젖은 낙엽처럼 은은한 친구를 만났을 때… 내가 말을 가로막았었지…하고. 으이야으잇~! 듣지 못하고 잃어버린 말들이 아깝고 또 아까워진다. 다짐하게 된다. 너의 마음에 있는 말들이 내 마음에 들어올 자리를 조용히 만들어 담겠노라고. 나에게 그런 공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좀 더 맹렬히 귀인이 되고 싶다... 귀인... 귀한 사람 말고 귀 인간… 이어 퍼슨….
+그리고 저자가 서문에 적은 이 책만의 미덕.
”(이 책은) 단순히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 음악, 생활 소음, 자연의 소리, 내면의 목소리부터 슬픔과 고통, 누군가의 비밀, 약자의 신음, 사회의 지배적인 통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들어야/듣지 말아야 할 모든 소리를 다룬다.”
그러면 이제 내 귀를 어디에 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