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육아에 비하면 출산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이를 처음 낳아보고 길러 본 양육자들의 입에서
공통되게 나오는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주변에서 다들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점점 피폐해지는 것을 보면서도.
그럼에도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을 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힘들지만 아이가 너무 예뻐서 행복해.
아이를 낳은 건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야."
우리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아이를 키우겠다
마음먹었을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이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몰려오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모두 거짓은 아니다.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임신을 하겠노라 여러 해를 거쳐 준비 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나도 모르게 급작스럽게 임신을 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임신과 출산이라는 것은
여성의 많은 희생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것을 너무 <대충> 여기는 시선이 나는 억울하고 싫다.
흔히 육아의 고통과 힘듦을 모르는 사람들이 말한다.
니 자식이잖아. 니 애잖아
근데 뭐가 그렇게 힘들어?
힘든데 왜 낳았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주둥이를 박음질로
꼼꼼하게 꼬매 주고 싶다.
내 자식이지만, 내 애지만, 힘든 건 힘든 거라고.
내가 힘들어서 힘들다는데 그게 뭐?
너희들이 뭔데 왜 내 선택에 대해 불평하지 말라고 하고
후회하지 말라고 하는지.
마구 따지고 싶다.
회사에 다니면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받을 걸 알면서도 입사했잖아.
네가 선택했잖아. 뭐가 그렇게 힘들어?
힘든데 왜 입사했어?
결국 똑같은 말 아닌가?
그런데 돌봄 노동은 언제나 이런 취급을 받아 왔다.
진작에 육아는 너무나도 힘드니까
절대로 하지 말라는 사람들도 그전에 있었을 텐데.
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걸까?
산후 우울증 만큼 육아 우울증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걸까?
아기를 키우는 양육자들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현실.
육아가 얼마나 개고생인지 이제부터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