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산후조리를 정말 안 할까?
출산 직후 아기를 한 번 안아보고, 의료진들의 손에 의해 아기는 곧장 인큐베이터로 들어가게 됐다.
산모 병실에 옮겨진 후 나는 완전히 기진맥진하여 그저 누워만 있고 싶었다.
임신 중독증으로 인해 고혈압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해 주는 수액을 맞고 있었는데 그게 엄청난 두통을 가져다주었고 조금만 걸어도 금방 쓸어질 것 같아 부축을 받으며 겨우 방으로 이동했다.
시부모님은 아기를 보러 가셨고, 나는 그야말로 시체처럼 누워있었다.
후에 간호사가 와서 이것저것 알려주었는데 출산 후 출혈 및 오로가 나오는 상태였는데 미국 병실에는 비데가 없어 뒤처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비데 대신에 쓸 수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일반 가정집 응급처치 약통에서 볼 수 있는 말랑 말랑한 소독약 병이었다. 이것에 물을 넣어 푸슉 푸슉 뿌려 뒷 마무리를 하라고 일러주는데 황당하기 그지없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에 물을 채우고 가뜩이나 체력도 다 빠졌는데 일일이 눌러주어야 한다는 게 너무나도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거라도 있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여분의 산모용 기저귀도 나누어 주셨는데 이게 기저귀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나이트용 생리대처럼 생겼고, 어쩜 그렇게 허접하게 만들어졌는지 참...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차라리 따로 사서 쓰는 게 좋았을 뻔했지만, 그냥 대충 있는 거나 쓰자 싶어 썼던 기억이 난다. 슬리퍼도 따로 없기 때문에 병원에선 두꺼운 양말을 나눠주었는데, 우리나라처럼 발목 시리면 안 된다고, 관절 보호하라고 쓰는 용도가 주는 게 아니라 그냥 따로 슬리퍼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집 안에서도 신발 신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인데, 양말 신고 돌아다닌들 뭐가 다르겠냐만...
의료진들은 아주 친절했고, 덕분에 이틀을 편하게 쉴 수 있었다.
많이들 미국에서는 산모들이 애 낳고 찬물도 벌컥벌컥 마시고 샤워도 바로 한다는데 그게 맞느냐고 물어본다.
네 대답은... "YES" 그렇다. 애를 낳느라 흠뻑 젖은 몸을 씻었을 때가 가장 좋았다며, 출산 후 샤워가 세상 최고의 샤워였다고 말하는 미국인들이다. 나도 하루 정도 지나 그냥 바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음식의 경우, 차가운 오렌지 주스도 주고, 찬물도 준다. 차가운 음식, 딱딱한 음식이 좋지 않다고 해서 되도록이면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현실이 현실이라 어쩔 수 없는 것도 많았다. 내가 있던 병원에서는 메뉴판이 있어 자유롭게 식성에 맞게 선택해서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거의 레트로트 식품이지 않나 싶다. 피자도 있고 파스타도 있고, 기름진 음식들이 대부분이었다. 식사 때 마다 전화를 해서 일일이 주문을 해야 하는데 대기자들이 많다 보니 누군가 전화를 받아 주기만을 기다려야 한 적도 있었다.
미국에선 이틀이 지나면, 바로 아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에선 조리원으로 향하지만 여기는 그런 시설이 없기 때문에 바로 집으로 이동한다. 아기는 인큐베이터에 있어 아기를 두고 병원을 나서야 하는 길이 그리 달갑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