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작은 공방으로 출근해요

by 스틸앨리스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한 지 딱 3년 해가 밝자마자 건물주에게 송금 문자를 보냈다.

월세 내는 날은 하루도 어기지 않고 송금날이 되는 15일 아침이면 정확했다. 공방을 연지 3년째 되는 날

전 재산을 잃고, 남편의 건강을 잃었었다. 그리고 세상은 코로나라는 이름의 침묵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하나 둘 오프라인 상점을 정리하던 시절이었다.


그 무렵, 나는 상점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을 용기라 부르기에는 마음이 무겁고, 무모함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간절했다.

그저 그때의 나는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고민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당장 오늘을 어떻게 버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기. 그런 시절에는 계획보다 본능이 먼저 움직인다.

살아남고 싶다는 마음, 무너지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사람을 뜻밖의 자리로 데려다 놓는다.

상점 문을 연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 하나를 빌리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앞으로 어떤 리듬으로 살아갈 것인지, 어떤 불안을 감수할 것인지, 어떤 희망을 품고 견뎌볼 것인지에 대한 조용한 선언에 가까웠다.


벌써 3년이 흘렀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특별한 표정 없이 흘러갔고, 나는 어느새 ‘공방을 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조금 여유가 있을 때 그저 취미처럼, 아무 생각 없이 즐기던 바느질은 어느 순간부터 나의 직업이 되었고 나의 하루를 지탱하는 일이 되었다.


손으로 천을 고르고, 실을 꿰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며 나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나 자신과 함께 보내게 되었다. 바느질은 서두를 수 없는 일이다.

속도를 높인다고 완성도가 좋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급해질수록 실은 엉키고, 바늘은 손을 찌른다.

조급함은 생각대로 되지 않고 자꾸 따라왔지만

이 느린 작업 덕분에 나는 삶의 속도도 함께 낮추는 법을 배웠다.


성과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이라고 머리는 되새기지만, 현실 앞에서는 자주 요동치듯 급했고 서둘렀고 쫓기는 일상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이 움직이는 동안 마음은 자연스럽게 가라앉았고, 그 시간은 명상에 가까워짐을 느낀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만큼 3년이라는 시간이 가져다준

선물 아닐까? 경제적 여유라기보다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긴 터. 물론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고, 현실은 언제나 계산기를 들이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놀듯이 일하고, 그 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오래된 꿈 하나만큼은 나는 이미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말한다. 나이가 들어 이제는 손을 쓰는 일이 힘들다고. 누군가는 죽기 전에 정리해야 할 물건과 관계가 걱정된다고. 그 말들이 틀리지 않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몸의 감각을 조금씩 가져간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또 말한다. 취미를 가진 사람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더 행복하게 산다고. 손을 쓰는 사람은

생각보다 오래 자기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나는 그 말을 믿고 싶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단순한 생산을 넘어 삶의 균형을 되찾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손이 바쁠 때 마음은 쓸데없는 걱정에서 잠시 벗어나고, 몸이 움직일 때 생각은 제자리를 찾는다.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 그날들 속에서

나는 계속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나를 돌보고,

삶을 다독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조금은 행운아라고 느낀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지금 망설임의 문 앞에 서 있다면,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삶은 준비가 끝났을 때 시작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작은 가장 불안한 순간에, 아무도 손뼉 쳐주지 않을 때, 혼자 조용히 문을 여는 일에서 비롯된다. 3년 전의 내가 그랬듯이. 그리고 오늘의 나는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