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약

밥 잘 사주는 언니

by 스틸앨리스



“좋은 일 있으면 밥 사라!”

우린 이런 말을 농담처럼, 그러나 아주 진심 섞인 마음으로 종종 주고받는다.

어쩌다 작은 행운이 생기거나, 소소한 성취가 있거나, 아니면 그냥 기분 좋은 날이면 밥을 사겠다고 말하며 우리는 서로를 축하한다.


그 말에는 웃음이 있고, 기대가 있고,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마음이 담겨 있는 거 아닐까?

밥을 산다는 건 단순히 돈을 내는 일이 아니라, 서로기쁨을 좋은 살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작은 고백이다.


10년 넘게 친하게 지내는 언니 들는

그날도 그랬다.

나에게 작은 좋은 일이 생긴 날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리 거창한 일도 아니었다.

몇 달을 준비한 일이 무사히 끝났고, 마음속으로만 바라던 일이 조심스럽게 시작되던 무렵. 나 스스로에게 “잘했다, 수고했다”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 말은 혼자 하기엔 어쩐지 조금은 쑥스러웠다.


그때였다.

톡방 안에서 들려온 언니의들의 말.

“야, 좋은 일 있으면 밥 먹어야지. 뭐 먹고 싶어? 아주 맛있는 거 먹자 ~


그 말에 나는 웃었고, 그 웃음은 오래간만에 마음 한가득 따뜻함으로 퍼졌다.

좋은 일에 밥을 산다는 것, 좋은 일에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그 단순한 일이 이렇게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지 그때 새삼 알았다.


그날 우리는 약속을 잡았다.

워낙 다니는 걸 좋아하는 언니들과 좋은 풍경. 예쁜 카페. 전시회 같은 볼거리를 찾아 걷고 또 걸었다.

늘 이왕이면 예쁘고 맛있는 집을 검색해 갔고 뜨끈한 곤드레 솥밥에 시골된장찌개 제육볶음으로

막걸리 한 잔까지 기울이며 여름 저녁을 잠시 즐겼다.


언니들은 별 소식도 아닌 것을 내 일처럼 기뻐해 주었고 "의쌰 의샤" 힘내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힘들 때도 밥으로 응원했고, 좋을 때도 밥 사주며 즐거워했던 멤버들


“너는 진짜 고생했다. 이 맛에 밥 사주는 거다.”언니들은 늘 막내인 나를 응원해 줬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래! 그거 하자! 그렇게 내가 원하는 일에 약을 쳐주셨다. 그 순간이 참 좋았다.


그들의 따뜻한 축하, 웃음, 그리고 진심 어린 “정말 잘 됐다"라는 말들.

그 말들이 기적의 약처럼 내 마음을 더 단단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누군가에게 밥을 사는 일, 누군가 내게 밥을 사는 일 그건 내 마음에 축복을 쌓는 일이고 함께 웃으며 한 끼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란 걸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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