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문 닫힌 마음

내 작은 공방 세상과 마주할 때

by 스틸앨리스

공방 문을 활짝 열어놓을 때면, 이상하게도 오고 가던 사람들이 불쑥불쑥 들어오기 때문에 웬만하면 작업할 땐 꼭꼭 문을 걸어 잠그는 편이었다.

그날은 낯설지 않게 햇살도 눈부셨고 뜨거운 공기가 나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보니 그동안의 일들이 문득 떠올랐다.


교회에서 전도하러 온 사람, 자선단체에서 기부금을 요청하는 사람, 택배가 잦아 불쑥 들어오시는 기사님들까지 , 호기심 많은 얼굴로 들어오셨던 주민들이 이것저것 물건만 만져만 보고 나가는 일, 마음 편히 열어둔 문 앞에서 뜻밖의 부담을 마주하는 일이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이 뜨거운 날 고생하시는 분들이라 물이나 간식 같은 주전부리를 챙겨드리곤 하는데 좋은 일에 동참이지만 기부금을 자주 강요받을 땐 때론 난감하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은 현금을 지갑에 거의 넣고 다니지 않아, 미안한 마음에 계좌이체라도 하지만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점점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오늘은 나도 기부받고 싶다 ~ 부쩍 수강생이 줄어든 여름 장마와 휴가철을 앞두고 발길이 줄어든 사람들 탓이라도 하는 걸까? 물건만 만지작 거리던 손길들이 곱지 않아 보였다. 내 마음 왜 이래! 잠시 고개를 털고. 순간 짜증 섞인 내 마음을 꾹 눌러 담아 좋은 마음으로 바늘 한 땀을 떠본다.


때론 친절과 거리 두기 사이에서 적당한 선을 긋는 일이 내겐 쉽지 않다. 처음엔 좋은 일에 동참할 때면 뿌듯했고, 사람들의 방문이 마냥 반가웠다. 나의 작은 공간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자체로 설레고 고마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나의 공방 문을 넘을 때, 그 발걸음의 목적이 조금씩 달라졌고 내가 기대했던 방문과는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하니 문 열기가 두렵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의 일이었다. 유난히 작업이 많아 피곤했던 날, 또 누군가가 열린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습관처럼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문 앞에 선 사람은 작은 목소리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듯 상냥하게 말했다.

"저... 문이 열려 있어서 용기 내 들어와 봤어요.
밖에서 볼 때마다 이 공방이 참 따뜻해 보여서
한번 들어와 보고 싶었어요."그 순간, 나는 부끄러움이 밀려왔고 웃는 얼굴로 안내하지 못했던걸 후회했다.


언제부터인가 방문하는 사람을 나의 편견으로 미리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을 열어 놓았지만, 마음까지 열지는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공방은 나의 작업 공간일 뿐 아니라, 지나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조금 더 너그럽게 마음을 열어보자고 다짐했다. 작은 짜증과 불편함을 잠시 내려놓고, 누구에게나 따뜻한 미소를 먼저 건네는 사람이 되자고.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까지 열어놓겠다는 다짐일지도 모른다.
그 열린 문 사이로 좋은 인연이 스며들 듯이, 나 역시 누군가에게 따뜻한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다시금, 나의 공방 문은 활짝 열어본다.

장마기간이라는 데 어제는 유난히 햇살이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