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는 것

꽃잎을 떼어내는 마음으로

by 스틸앨리스

여름 한낯 지쳐 시들 시들한 꽃 화분을 볼 때마다

마른 잎을 떼어주고 물을 주는 일은 나의 아침 루틴이 되었다.

그날도 만개한 꽃 앞에서 잠깐이나마 활짝 폈던 내 얼굴, 나는 오래 품어온 바느질 한 송이를 떼어내며 "나의 바느질 꽃도 언젠간 시들시들해지겠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건 단순한 천이 아니었고, 실로 엮인 시간만도 아니었다. 아이의 첫걸음마를 지켜보며 꿰맨 조각,

눈물 삼키며 밤을 지새운 흔적이 실마디마다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의사업 부도로 우리의 삶이 갑작스레 물아래로 가라앉던 날. 식탁 위에 놓이던 따뜻한 밥대신,

한 땀 한 땀 수놓은 나의 작품들이 무게가 되어 버렸던 그날. 돈이 아니라 마음을 받고 싶어 만들었던 것들,

그 모든 감정이 '가격'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낯선 이의 손으로 떠나가던 날들을 잊지 못한다.


나는 마치 자식을 멀리 보내는 어미의 마음으로,

포장지 위에 조심스레 마지막 손길을 얹었다.

"잘 가라, 잘 살아라, 내 추억이 담긴 시간들이여."

그 말조차 목구멍을 넘지 못하고 실밥처럼 얽혀 남았다.


사람들은 예쁘다고, 정성스럽다고 칭찬했지만

그 속엔 아무도 보지 못한 나의 몰락이 있었고

기꺼이 버텨내려는, 자존의 바늘이 있었다.


지금도 때때로 작업실 구석, 팔리지 않고 남겨진 한 조각의 퀼트를 바라본다. 그건 살아남은 자식처럼 내 곁에 있는 위로이자 다시는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조용한 다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팔기 위한 작업을 하는 나를 마주하고 나 자신을 응원하며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조금 서글펐지만 자식 같은 바느질을 판다는 건 한편으로 나의 마음을 가볍게 떠나보내는 법을 배우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은 애써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작업을 하고 가격표를 달아본다. 무심코 팔아버린 그때, 값을 매기지 않아 얼떨결에 쉽게 떠나버린 내 자식들이 귀한 대접대신 어느 구석에 구겨져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