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말하지 못한 감정의 저울

by 스틸앨리스

가끔 마음이 이유 없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몸은 멀쩡한데, 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
지금 내 마음은 무엇 때문에 무거울까?


급변하는 시대에 살며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고, 독립한 자식들의 부재. 사람들 속에서 소통의 결핍. 뭐 이런 사소한 것들로 인한 깊은 생각에서도 그렇지만 딱히 알 수 없는 허저 함이 의외의 무거움으로 느껴지곤 한다.

어떤 감정에서 일까? 감정에는 무게가 있을까?


말하지 못한 말, 미뤄둔 사과, 설명하지 않은 서운함. 같은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깨를 조금 더 기울게 하고 숨을 짧게 만드는 것이란 걸 문득 느껴진다.


지난 과거에 누군가에게 말실수를 했었거나
sns에 미숙한 글 때문에 창피한 경험을 떠올려봤다.
아~그때도 마음이 무거웠었지..
미안함과 실수투성이인 나는 들켜버렸다고 느낄 때 감정은 온통 모래 바람을 일으키고 그 감정은 돌처럼 가라앉아 마음의 바닥을 눌러놓는다.

그렇다고 쉽게 손에 쥘 수도 없다.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순간, 그 돌은 더 단단해지고 더 깊이 잠긴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 반대로 안도는 가볍다.
사과를 건네고 뒤돌아서는 길, 실수를 시간이 해결한다는 믿음이 나를 긴 숨으로 되돌려 놓으니 말이다.

마치 어깨 위에 얹혀 있던 먼지가 털리는 느낌.
같은 하루라도 감정 하나가 빠져나가면
우리는 몇 그럼쯤 가벼워진다.
이 사실을 생각하면 감정에도 물리적 질량이 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얼마 전, 오래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단 한 문장을 보냈다. “그때 미안했어.”
그 말 하나가 마음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무거운 감정을 들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돌멩이 하나를 비워낸 것뿐인데
몸 전체에 공간이 생긴 것 같았다.

그 친구의 답장은 짧았다. 응~“괜찮아. 나도 그랬어.”

그 문장은 깊은숨 같은 역할을 했다.
단순한 용서가 아니라 무게를 나누는 행위였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혼자 짊어진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면 그 무게가 가볍게 유지될 거라 착각하면서. 하지만 감정의 무게는
숨기는 순간 더해진다. 입 밖으로 나오면 줄어들고,
누군가와 공유되면 나누어진다.

말하지 못한 감정의 저울은 늘 정확했다.
그 무게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가끔은

나조차 알 수 없는 불투명한 감정들을 수면 위에

가라앉히고 들여다볼 때 아~그랬구나. 그거였구나



오늘 내 마음의 무게는 몇 그럼쯤 될까?
서운함은 아직 조금 묵직하고,
미안함은 거의 가벼워졌으며,
고마움은 생각보다 꽤 무겁다.
의외로, 다정함도 무게가 있다.
하지만 그 무게는 몸을 아래로 끌어내리지 않고,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방향으로 작용하길 바랄 뿐이다.

감정의 무게는 ‘떨어뜨리는 힘’이 아니라
‘버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 무게는 나를 누르고 있을까, 지탱하고 있을까. 를 나 스스로 결정하는 순간이 지금인 것 같다.

오늘 내가 덜어내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지,
조금 더 품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지
그저 조용히 떠올려본다.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조금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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