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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Aug 24. 2015

#100 최고의 학생이 무의식적으로 택하는 학습의 유형

<최고의 공부>가 말하는 '최고의 학생'이 되는 비결

벼락처럼 베스트셀러 목록의 윗 자리를 차지했던 책 중에 <최고의 공부>가 있다. 


원제는 <What the best college students do>. 2010년 즈음에 크게 히트 쳤던 <스무 살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스탠퍼드대 미래 인생 보고서> 이후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명문대 유명 교수의 책이다. 그동안 대학의 유명 강의를 지면에 옮겨놓은 책들이 제법 많이 나왔다. 저 유명한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롯해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나 <죽음이란 무엇인가> 같은 책들이다.


이런 책들은 하나같이 'XX대학 XX 년 연속 명강의'같은 수식어를 달고 있는데 살랑거리는 여우꼬리처럼 탐스러워서 저절로 손이 간다. 


태평양 건너 제공되는 양질의 강의를 불과 12000원 안팎의 돈을 지불하고 신림동 개천가에 앉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다만 아쉬움은 있다면 지면을 통해 채 전달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아주 많을 거라는 점이다. 


별처럼 총총한 눈동자로 가득한 강의실. 시퍼렇게 날이 선 지성과 지성의 정면 충돌. 그 금속성 울림에 돋는 소름.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먼저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책장을 뒤지는 긴장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 락 콘서트의 현장에서 티셔츠에 물을 흠뻑 적셔가며 공연을 즐기는 것과 MP3 음악을 이어폰 꽂고 듣는 정도의 차이랄까. 


그런 아쉬움이 있기에, 강의록을 옮긴 책을 읽을 때 수업 내용보다는 선행 연구의 소개나 수강생들의 뒷 이야기에 눈이 간다. 여기는 저자가 책으로 내기 위해 추가한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신림 개천변에 앉은 내가 맨해튼 교정을 누비는 학생들과 거의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영역이다.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라는 별명이 있는 켄 베인. 그가 쓴 <최고의 공부>에도 무대 위의 록커가 MP3에 '독점수록'한 음절이 더러 있다.  그중 재미 난 이야기가 있어 여기 옮겨본다. '최고의 학생들이 가진 공통점'이라는 챕터다.  


최근의 연구는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에 들어갈 때 가치관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품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의 연구 대상들도 거의 같은 패턴의 답을 했다. 

그들은 무엇보다 이유와 목적을 중시했고, 사회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주관을 절대 잃지 않아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그 덕분에 학문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었다. 최고의 학생들은 정신 능력의 성장과 호기심 충만한 삶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학점이나 명예보다는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그들을 이끌어 준 원동력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 대부분은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들에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 노력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내 역할을 무엇일까?  -<최고의 공부> 중에서


최고의 학생들은 뚜렷한 주관과 내적인 동기를 가지고 공부에 임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왜 공부하고 있니?'라고 물었을 때,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좋은 대학에 가려고, 야단 맞지 않으려고, 장학금을 받으려고. 이런 외부적인 동기가 아니라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찾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표현을 빌리면 '등수야 대단할지 안 대단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 인생만은 괜찮아'지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말이다. 


공부하는 목적이 다르다면, 최고의 학생들은 공부하는 방법도 다를까. 똑같이 책상에 앉아 있는 동안, 최고의 머리 속에서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까. 


<최고의 공부>에는 1980년대에 스웨덴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가 하나 언급된다. 심리학자들은 대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세 가지 기본적인 학습법 중에서 하나를 택하는데 어떤 학습법을 취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험방법은 이랬다. 학생들에게 한 편의 글을 주고 읽게 했다. 그 후에 연구자들이 학생들과 심층 면담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 학습 유형은 피상적 학습자다. 그들은 글을 읽을 때 그 내용을 가능한 많이 기억하기 위해 애쓴다. 나중에 받을지 모르는 테스트를 위해 글에 나열된 정보와 단어를 가능한 암기하는데 집중했다. 이들은 읽은 내용을 활용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다. 


두 번째 학습 유형은 심층적 학습자다. 그들은 행간을 읽고, 응용법을 생각하고, 논거와 결론을 구분 지으며,

지금 읽고 있는 내용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탐색했다. 연구자들은 이 유형의 학습자들이 마치 보물 찾기를 하는 다섯 살  아이들처럼 열정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세 번째 학습 유형은 전략적 학습자다. 그들은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목표다. 성적이든, 대학원 진학이든, 상정된 상위 목표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학습을 한다. 대개 학급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고, 부모와 교사에게 사랑을 받는 유형이다. 다만 이들은 학교 공부 이후에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서 호기심으로 공부하는 일은 드물다. 


세 가지 유형의 학습자 중, 최고의 학생들은 어떤 유형일까.


뚜렷한 주관을 구축하고, 학문적으로 높은 성과를 올리고, 당장의 보상이 없는데도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최고의 학생들. 내적인 동기를 갖는 그들의 유형은 심층적 학습자다. '전략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기에 심층적 학습자들은 1등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의고사와 중간/기말고사 석차의 제일 윗 자리는 그들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성적과 진학이라는 효율 높은 가솔린이 바닥을 드러낸 이후에도 무한동력 기관처럼 꾸준히 전진하는 사람들은 심층적 학습자다. 그리고 그들이 결국 주관을 구축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최고의 학생이 된다. 



세 가지 학습 유형 중 어느 하나에 당신도 속할 것이다. 어쩌면, 분야에 따라 각각 다른 유형의 학습자일 수도 있다. 전공 공부에 있어서는 피상적 학습자지만, 수업을 마치고 당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심층적 학습자가 되어 천장에 삼각함수를 그리며 매일 밤 잠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면, 학문적으로, 개인적으로, 학교와 일과 인생에서 멋진 무언가를 이루어내려면 심층적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로 충만한 
최고의 학생이 되어야 한다. 


<최고의 공부>에는 좋은 소식도 있다. 자신이 피상적 또는 전략적 학습자에 속한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한 가지 학습 유형에 영원히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 학습법을 결정하는 것은 지능이나 성격이 아니다.  


피상적이고 전략적인 학습자가 되기를 권하는 사회다. 초등학생을 위한 선행학습부터 2달 단기 토익 마스터 강의까지. 스펙이라는 벽돌은 피상적, 전략적 학습자가 빚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어쨌거나, 사회가 우리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결과는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최고의 학생이 되기 위해, 심층적 학습자로 거듭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켄 베인은 말한다. 외적 보상의 유혹을 물리쳤거나, 처음에는 그 유혹에 넘어갔더라도 뿌리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비결이 있었다고. 


바로 인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여, 자신만의 자질과 시각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의 힘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외적 동기에 휘둘릴 수 있음을 그들은 일찌감치 간파해냈다. 그리고 이 삶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의 특별함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통찰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정견(正見).

바르게 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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