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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Oct 05. 2015

#131 역경을 극복한 이들의 세 가지 공통점

당신은 복원력이 있는 사람입니까

지금까지 당신이 겪은 가장 힘든 순간은 무엇이었습니까?


기업이나 학교의 면접 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다. 자기소개서의 작성 항목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왜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인재를 선발하는데 있어 '고난과 역경의 리스트'를 들춰보고자 하는 속뜻은 어디에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지원자의 '복원력(Resilience)'을 가늠하는 것이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복원력이란 '역경 속에서 스스로의 역량을 재창조하여 재도약을 이루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한 마디로 '위기를 딛고 일어나는 힘'이라고나 할까.


기업에서 '복원력'이 뜨거운 키워드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바야흐로 불확실성의 시대다. 경제 위기는 이제 일상이다. 그래서 영리한 기업들은 어떤 수단을 다 쓰더라도 모든 위기를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처럼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하여 대비 매뉴얼을 만드는 식으로는 경영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한 가지다. 예상 밖의 어떤 위기에 부딪히더라도 어떻게든 극복해내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드는  길뿐. 그래서 부각된 개념이 복원력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복원력이 있는 조직은 복원력이 있는 인재를 뽑는데서 시작한다.



이런 이유에서 '당신이 겪은 가장 힘든 순간'을 묻는 면접관은, 그 고난 자체가 얼마나 드라마틱한지에는 관심이 없다. 물론 수많은 지원자의 고만고만한 어려움들 사이에서 화산 폭발이나 지진, 쓰나미처럼 커다란 재난이 인상적으로 들릴 수는 있다. 하지만 복원력의 관점에서 보면 고난의 규모가 득점 포인트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무엇이냐. 


그 고난을 '어떻게 이겨내었는가'이다. 


역경과 조우했을 때, 어떻게 '스스로의 역량을 재창조'함으로써 역경에서 벗어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주었다던가, 운이 좋아 기적처럼 벗어난  것뿐이라면 설사 우리가 마리아나 해구에 3박 4일 동안 처박혔다가 살아난 스토리를 들려주더라도 면접관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복원력이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비단 면접 때문이 아니다. 왜냐. 간단하다. 


복원력이 큰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위기는 파도와 같다. 끊임없이 몰아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살면서 어떤 식으로든 위기를 겪는다. 모든 사람들이 아무  문제없는 순탄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지만, 정작 그 꿈을 이룬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들 뿐이지 않는가. 아무리 스펙이 좋고 자산이 많더라도 위기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어느 순간 소리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파도가 닿는 자리에 지은 모래성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결국 위기를 극복할 줄 아는 사람만이 성공에 닿게 된다. 


바로, 복원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복원력을 기를 수 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다이앤 쿠투(DIANE L. COUTU) 편집장은 '왜 어떤 사람들은 역경을 만나고도 쓰러지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복원력'의 비밀을 파고 들어 복원력이 있는 사람들의 세 가지 특징을 정리했다.


첫째, 그들은 자신 앞에 놓인 어려운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인다. 
 
복원력이 있는 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할 줄 알았다. 위기가 닥치면 위기를 위기로써 인식했다. 대책을 세우거나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잘 될 거야'라고 중얼거리는 무모한 낙관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 보는 염세주의자 였다거나, 끊임없이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할까' 하고 투덜거렸다는 말이 아니다. 현실은 현실대로, 가능성은 가능성대로 차갑게 응시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역량을 집중했다.


둘째, 그들은 힘든 시기에서 의미를 찾는다.


복원력이 있는 사람들은 역경이 닥쳤을 때 역경 안에서 자신이 얻어야 할 무언가가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선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문제는 없다' 거나 '큰 성공이라는 열매는 큰 문제라는 포장지로 싸여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종종 지나친다'는 식의 사고를 할 줄 알았다는 이야기다. 유태인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경험을 토대로 '의미 치료'라는 획기적인 치료기법을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그들은 손에 쥔 것들을 활용해서 쓸모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복원력이 있는 사람들은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브리콜라주 bricoalge'라고 부르는 기술을 습득한 것처럼 보였다. 브리콜라주란 적절한 도구나 재료가 없어도 주변의 것을 활용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든 고안해내는 기술을 말한다. 그리고 '브리콜라주를 하는 사람'을 가리켜 브리콜레어bricoleurs라고 부른다. 빈털터리가 되자 낡은 자동차에 튀김 솥을 싣고 전국을 떠돌며 치킨 레시피를 팔러 다닌 커널 샌더스(KFC 창립자)나 오실로스코프를 만들다가 부품을 구할 수 없자 전화번호부를 뒤져 휴렛패커드(HP 창립자)에게 전화를 걸어 '부품을 달라'고 한 12살의 스티브 잡스가 브리콜레어의 좋은 예다.



비록 이 세 가지가 복원력의 모든 비밀일 수는 없겠지만 평상시 우리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눈에 불을 켜고 힘을 써볼 만한 힌트인 것은 분명하다. 세 가지를 따라 하다 보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성공과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그러는 중에 알게 모르게 우리의 복원력은 점점 커진다. 그러므로 의식적으로 이 세 가지를 적용하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일상에서 복원력을 기르는 연습을 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건강한 돼지를 탈출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다.


첫째, 현실 직시.


나는 확실히 비만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고혈압의 전조 증상이 있으며, 대사증후군이 의심되는 변명할 길 없는 체중 감량 대상자다. 이대로 몇 년만 지나면 지방 간에 통풍에 온갖 성인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의미 발견.


서른 중반의 다이어트 성공은 자존감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체중 감량이라는 문제가 있기에 이렇게 '건강한 돼지 탈출기'를 쓸 글감이 생기지 않는가. 다이어트가 끝나면 풍성한 자신감과 푸짐한 글이 남게 될 것이다.


셋째, 브리콜레어.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한계로 인해 하루  두세 시간씩 규칙적으로 PT를 받을 형편은 되지 않는다. 회식이나 점심 약속을 닭가슴살이나 양상추로 대신하기도 쉽지 않다. 대신 틈틈이 걷고, 짬나는 대로 달리고, 백반의 공깃밥을 절반 남기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수밖에. 그야말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일상 다이어트'의 실현이다.


묵직한 아랫배와 함께 20년을 살아온 까닭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과다한 체중은 분명 '위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건강한 돼지를 탈출하는 것이 복원력의 향상이요, 성공을 향한 도약이다. 문득 힘이 불끈 난다. 마구 파이팅하고 싶어 진다. 혹시 아는가. 이런 문답을 하게 될지.


"당신이 겪은 가장 힘든 순간은 무엇입니까?"
"음. 서른 중반에  다이어트해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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