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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Oct 17. 2015

#138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한다는 거짓말

매일 우리 스스로를 속이는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1.


작가 조정래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20년 동안 완성했다. 도합 32권의 대작이다. 소설가로서 대하소설을 하나가 아니라 셋이나 써낸 것도 대단한 일인데, 그것을 고작 20여 년의 짧은(?) 시간에 해낸 일은 기적에 가깝다. 32권의 원고지는 고스란히 쌓았을 때 작가의 키를 두 배도 넘는 분량. 목표한 기간 내에 탈고하기 위해서 조정래는 일년에 362일을 새벽 6시에 기상하여 하루에 꼬박 12~14시간씩 작업을 했다. 원래 말술을 마시던 그가 숙취로 인한 시간 낭비가 아까워 소설을 쓰는 동안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셨다고.


쉬지 않고 기계처럼 글을 쓰는 중에 운동할 시간이 있을까. 조정래는 '시간이 귀해' 따로 운동을 하지 못했다. 전력을 다해 메꾸는 원고지가 하루 30장. 밥먹고 잠자는 시간조차 쪼개 오직 일에만 전념했다. 그랬더니 몸이 버티지 못했다. 점차 아파왔다. 특히 등 근육의 통증이 심해 책상 앞에서 견디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래서 조정래는 하루 세 번 '맨손 체조'를 했다. 학창 시절 배운 '국민 체조'였다.


"22년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맨손체조를 했습니다. 뉴욕의 호텔 앞에서도 흑인의 엄지손가락 세우는 윙크를 받으며 했고 베트남의 호텔 앞에서도 경비의 이상해하는 눈빛을 받으며 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납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8시 반쯤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12:30에 점심을 먹습니다. 그럼 온몸이 가누기 어렵게 힘이 듭니다. 어젯밤 늦게 잔 피곤이 덜 풀린데다 오전의 글쓰기로 그만 지친 탓입니다. 그래서 바로 낮잠에 듭니다.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푸른 산의 정기처럼 새 기운이 솟습니다. 그 싱싱한 기분에 맨손 체조를 보태면 다시 펜을 잡을 의욕이 팽팽해집니다.

저녁을 6시 30분에 먹습니다. 그러고 나면 또 오후 작업의 피곤이 덮쳐옵니다. 소화시킬 겸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낮잠과는 달리 그대로 소파에 누워 잠깐 눈을 붙입니다. 그 시간은 10여분 그런데도 눈이 번쩍 뜨입니다. 다시 밤 체조를 하고 저녁 작업에 돌입합니다. 하루 일은 새벽 2시쯤에 끝납니다. 글이 잘 안 풀릴 때는 3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상은 언제나 6시입니다. 부족한 잠은 낮잠으로 보충합니다. 일요일도 없고, 그 습관은 글을 안 쓸 때도 꼭 6시에 몸을 일으키게 합니다." - <황홀한 글 감옥> 중에서


그의 글은 맨손 체조의 힘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맨손체조를 통해 하루 종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애썼다. 운동에 들어간 시간이 얼마나 될까. 국민 체조는 2회를 반복한다. 정성들여 동작을 하면 한 번에 6분이 걸렸다. 6분씩 세 번, 하루 18분. 고작 하루 18분이 조정래로 하여금 22년의 '황홀한 글 감옥'을 견디게 했다.



2.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의 김원곤 교수는 '몸짱'으로 유명하다. 지인들 앞에서 '내년에 세미 누드집을 찍어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1년간 집중적으로 몸을 만들어 이듬해 성공적으로 그 약속을 지켰다. 그런 그의 나이는 2015년 현재 만 61세. 그러니까 그가 세미 누드집을 공약한 것은 환갑 때의 일이었다.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몸을 이 나이에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 김원곤 교수의 도전 이유다.


의대 교수라는 직업이 좀 바쁜가. 연구와 논문 작성, 학생 지도는 교수로서의 본업이다. 수업 준비도 빠뜨릴 수 없다. 또한 그냥 교수가 아니라 의대 교수인 까닭에 실제로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 전공이 흉부외과인 까닭에 몇 시간 짜리 수술도 흔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어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사실이다. 한 개도 아니고 네 개.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공부를 50대에 시작해 10년이 지난 지금 네 가지 언어 모두 고급 능력 시험에 합격했다.


직업에 충실하고 틈틈이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몸짱이 되어 책까지 쓴 김원곤 교수. '운동할 시간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일주일에 두서너 번, 한 번에 40분 정도를 투자 못해서 '나는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 하겠다'는 것만큼 변명은 없습니다."



3.


허리 통증이 가라앉고 몸살 감기가 사라져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귀가 시간이 늦어 검도 대신 인근 개천에 달리기를 나갔다. 5km의 달리기를 마치고 근력 운동을 시작하려는데 오랜만의 운동이라 그런지 어깨 위에 거인 지니라도 타고 있는 듯 몸이 무거웠다. 스쿼트를 한답시고 쉰 번쯤 앉았다 일어났다. 허벅지가 불이 난 것처럼 뜨거웠다. 겨우 일 백개를, 그것도 몇 번에 나누어서 마친 후에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다. 100개쯤 더 했으면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쥐가 나든 알이 배기든 사단이 날 것 같았다.


'오늘은 이쯤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문득 폰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 달리기를 마친지 고작 5분 남짓 지났을 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스쿼트 운동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겨우 5분이었다.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어쩌면 시간이 없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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