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재우 Jan 18. 2016

#146 My son. Don't be afraid.

 My son. Don't be afraid.


내가 기억하기로 이 말은 영화 <아포칼립토>의 대사였다. 부족장인 아버지가 침략자들의 청동 칼날에 목을 베이기 직전, 포로로 잡힌 아들 '표범 발'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어인 일로 갑자기 몇 년 전에 한 번 보았던 그 대사가 머릿속에 떠올랐는지는 모를 일이다. 기억이란 그렇게 호수 바닥 깊이 가라앉은 시계줄처럼 말없이 침잠해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 아무 예고도 없이 건져올려진다. 


나는 일상에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종종 이 문제의 뿌리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나를 곰곰이 되짚어보곤 한다. 일종의 습관이랄까. 시냇물이 시작된 자리를 찾아 숲을 거슬러 올라가는 허클베리 핀처럼 말이다. 비록 문제 자체가 깨끗이 해결될 수는 없다 할 지라도, 운이 좋으면 마음의 숲을 한 걸음씩 헤메는 동안 그 문제의 본 모습이 또렷이 볼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을 되풀이하던 중에 깨달은 한 가지는,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모든 문제란 결국 나 자신을 닮았더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외부의 문제일지라도, 혹은 다른 사람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문제의 원인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 있었다. 마치 각기 다른 모든 시냇물이 '나'라고 하는 단 한 군데의 샘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그것을 알면 신기하게도 심장을 틀어쥔 듯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많은 감정들이 깨끗이 사라져버린다. 맑고 차가운 샘물을 들이키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의 욕심을, 어리석음을, 두려움을, 주체하지 못함을 새벽녘, 잠에서 깨어난 수감자처럼 시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며칠 전의 밤이었다. 그렇게 깨어있던 내 귓가에 저 목소리가 맴돌았다. 


"My son. Don't be afraid."
"My son. Don't be afrai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