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HOW TO READ - BASIC (1)

책은 언제, 어디에서 읽는 것이 좋은가

by 한재우

HOW TO READ - BASIC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질문들


"아직 책 읽기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독서 초보자들은 책을 읽는 방법이 궁금하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자신의 독서 방법이 맞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어느 정도는 책과 친숙한 독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깊은 갈증을 느낀다. 혹시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은 없는지, 독서가들이 활용하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질문들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독서가들의 목소리를 함께 실었으니 이 정도면 믿고 따라도 될 것이다. 비록 지금 소개하는 이야기들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퍽 우수한 답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기초를 토대로 자신에게 꼭 맞는 책 읽기 방법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1. 책은 언제, 어디에서 읽는 것이 좋은가

2. 한 권씩 읽는가,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가

3. 메모 또는 밑줄을 치면서 읽는가

4. 왜 읽어야 하는가 혹은 최고의 독서법



먼저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책을 읽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루틴(routine)'이다. 루틴이란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순서와 방법'을 뜻한다. 사전적으로는 '틀에 박힌 일상'처럼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퀴퀴한 사전을 집어던지고 현실 속으로 눈을 돌리면 루틴에 대한 평가가 대폭 달라짐을 깨닫게 된다. 높은 생산성과 뛰어난 성과의 비결로 '루틴'을 꼽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피부에 닿는 손쉬운 사례들은 주로 스포츠 스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운동선수들은 하루 일과와 훈련 방법에 있어서 지독한 루틴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식단과 스케줄, 수면 시간에서 루틴을 고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훈련의 하나 하나, 이를테면 스트레칭 순서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똑같은 방법을 반복한다. 스스로의 컨디션을 늘 최상의 리듬으로 똑같이 유지하기 위함이다. 일례로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자 이치로는 수 년 째 점심 시간에 똑같은 종류의 피자를 먹는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15년 동안 몸무게의 변화는 고작 500g이내라고 한다.


이런 루틴의 힘은 책 읽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책을 읽는다면 우리 몸이 그 리듬을 기억하게 되어 책이 더 잘 읽힌다.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시오노 나나미도 글쓰기와 독서로 양분되는 자신의 일과가 얼마나 루틴한지에 대해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무엇보다도 독서 초보자들이 책 읽는 습관을 형성하기에 아주 좋다. 일선 학교에서 아침 독서 시간을 갖거나 독서 경영을 하는 기업체에서 일정 시간을 독서에 배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냉정하게 바라보았을 때 자신이 아직 책을 읽는 습관이 확실히 든 것이 아니라면 루틴한 책 읽기를 실천해보는 것을 권할만 하다. 그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대를 정해서 하루 단 30분이라도 온전히 책과 함께 보내면 된다. 책 읽기에 재미가 붙어서 틈날 때마다 책을 손에 드는 사람이 되기 전까지 일단 이렇게 하는 것이다. 평소보다 1시간쯤 일찍 일어나 고전 읽기 시간을 갖는다거나 취침 전 30분 정도 잠언집을 읽는 정도면 충분하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날마다 아홉 시부터 정오까지, 또는 일곱 시부터 세 시까지 반드시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뮤즈(영감을 내려주는 신)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 소설가 스티븐 킹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책 읽기에 '일정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면 '일정한 장소'를 책 읽기에 '봉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장 활용하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출퇴근 시간이다. 학생이라면 등하교 시간이다. 출퇴근(등하교)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면 그냥 '이동 시간'으로 정해두어도 무관하다. 이 방법은 우선 이동 수단을 '책 읽는 곳'으로 정의하는데서 출발한다. 지하철에 탑승한 많은 사람들은 덜컹거리는 내내 두 눈을 부릅뜨고 무언가를 보지만, 그 대상이 책인 경우는 안타깝게도 많지 않다. 대개는 스마트 폰이다. 당장 보지 않아도 되는 뉴스나, 읽고 나면 기억도 나지 않는 SNS나, 지난 주에 놓친 텔레비전 예능프로들이다. 물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그 못지 않게 많다.


만약 그 시간을 통째로 들어내어 온전히 책 읽기에 쓴다면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중국 송나라의 문인 구양수는 무려 1천년 전에 이미 책 읽기 좋은 세 가지 장소로 마상(馬上 : 말 위), 침상(寢上 : 침대 위), 측상(厠上 : 화장실)를 꼽았는데, 그 때의 말이 지금은 교통 수단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차를 탈 때는 아예 '지금 나는 독서실 책상에 앉았다' 라고 생각하자.


"저는 일부러 차를 안 사요. 지하철 타고 다녀요.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어요. 직장까지 왕복 한 시간 반은 책 읽는 시간이에요. 해외에 다녀도 시간 있어요.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 비행기 갈아타는 시간,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 이런 자투리 시간에 읽는 책만 해도 일년에 20권은 되는 것 같아요." - 구호활동가 한비야


"책을 제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이동할 때에요. 야구 중계를 위해 KTX를 타고 이동을 많이 하는데 그 기차간에서 읽고, 장거리 비행기를 탔을 때나 가끔 차 속에서 읽기도 하죠." - 야구 해설가 허구연


가능하다면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스케줄이 빡빡하다보니 루틴한 독서는 커녕, 가족과 대화할 시간조차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요즘 사람들이다. '시간이 없다'는 투덜거림 앞에 독서 시간은 사치에 다름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책 읽기를 포기해야할까.


책을 손에서 놓아버리는 쪽을 택한다면 할 수 없다. 하지만 만일 독서의 필요성만은 여전히 공감하고 있다면,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안타까워할 정도라면 희망은 있다. 무엇이냐. 바로 '틈틈이 읽는 것'이다. 큰 성공을 거둔 유명인들은 바쁜 일정을 비집고 어떻게든 그 사이에 책을 끼워넣는다. 꾸준한 독서만이 지속 가능한 성공의 비결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이들은 다들 너무 바쁘기 때문에 루틴한 책 읽기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겨우 휴가철이나 되어야 두꺼운 책을 꺼내들고 팔목이 뻐근하게 페이지를 넘길 시간이 난다. 휴가철에 '권장 도서 목록'이 반짝 회자되는 이유다.


평소에 그들은 문자 그대로 '어떻게든' 책을 읽는다. 틈틈이, 짬이 날 때마다 단 몇 페이지라도 책을 집어든다. 따라서 책을 읽는 시간이 따로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장소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일을 하다가 나는 짬이 책 읽을 시간이요, 지금 있는 그 장소가 독서실이다. 이렇게 하려면 항상 주변에 책이 놓여 있어야 하고, 틈이 나면 스마트폰 대신 책을 집어드는 습관이 들어 있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른 모든 성공자들이 바로 그런 식으로 읽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항상 손에 닿기 쉬운 곳에 있으면 자연스레 책과 가까워 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다는 건 크게 시간을 들여서 계획해서 한다기 보다는 그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같이 호흡하는 것 같아요. 저의 주변을 둘러보면 항상 책이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언제까지 읽어야지 하고 시간을 정해두기보다는 시간 날 때 마다 그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됩니다. 그럼 책과 늘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고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참 쉽고 즐거워집니다." - 첼리스트 장한나


"시간이 나는 대로, 밥을 먹을 때에도, 또는 음악을 들을 때나 잠자기 전에도 책을 읽습니다. 잠을 잘 때를 빼고는 거의 책을 들고 있어요." - 소설가 성석제


"송구스러운 말씀이지만, 솔직히 '나는 시간이 없어, 바빠.' 라고 말씀하시는 분 중에서 자신이 목표하는 곳에, 꿈꾸는 곳에 가 있는 분을 뵌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바쁜 것 같은 착각을 하죠. 가장 바쁜 날 저의 일정을 예를 들면, 좀 황당하시겠지만,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7시부터 9시까지 라디오를 진행하고, 잠시 회의를 마치고 운동을 한 다음에 11시 30분에 강연을 갑니다. 그 후 비행기를 타고 울산에 가서 강연을 하고, KTX 타고 대구로 이동해서 또 강연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강연을 마치고, 11시 정도에 잠깐 모임에 얼굴만 내밀었다가 와서 자는 날도 있어요. 이렇게 들으면 헉!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것을 시계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그래요.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죠. 예를 들면 비행기를 타고 울산까지 가면, 4~50분 동안 누구의 방해 받지 않고 비행기 안에서 책장을 넘길 수 있고요. KTX타고 올라올 때는 최소한 두 시간은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집에서도 식탁 옆에 책이 한 권 있어요. 그렇게 보면 중간에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은데. 그 점에서 독서가 참 좋아요." - 의사 박경철


그러므로 이렇게 요약하자. 책은 언제, 어디에서 읽는 것이 좋은가. 할 수만 있다면 일정한 시간, 일정한 장소를 정해놓고 루틴하게 읽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여의치 않다면 특정한 장소를 책 읽는 곳으로 정해두는 방법도 괜찮다. 만일 그마저도 어렵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다. 늘 책을 곁에 두고 언제, 어디서든 읽어라. 다른 독서가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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