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질문들
"아직 책 읽기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독서 초보자들은 책을 읽는 방법이 궁금하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자신의 독서 방법이 맞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어느 정도는 책과 친숙한 독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깊은 갈증을 느낀다. 혹시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은 없는지, 독서가들이 활용하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질문들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독서가들의 목소리를 함께 실었으니 이 정도면 믿고 따라도 될 것이다. 비록 지금 소개하는 이야기들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퍽 우수한 답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기초를 토대로 자신에게 꼭 맞는 책 읽기 방법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1. 책은 언제, 어디에서 읽는 것이 좋은가
3. 메모 또는 밑줄을 치면서 읽는가
4. 왜 읽어야 하는가 혹은 최고의 독서법
책을 한 권씩 읽는가, 아니면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가. 이 질문에 들어있는 진짜 궁금증은 이렇다.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어도 되나요?"
우리가 생각하기에 보다 일반적이고 오리지널한 형태의 책 읽기는 한 번에 한 권을 잡아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처럼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순서대로 빠짐없이 읽어나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야 다른 책을 들고 또 첫장부터 읽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먹다가 중간에 다른 식당으로 옮기는 일이 없듯이 말이다. "요즘은 무슨 책을 읽고 있어?"라고 친구에게 물을 때, 그 질문은 대개 '지금 진행 중인 한 권의 책'을 예상한 질문이다.
왜 책을 한 번에 한 권씩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여러 가지 이유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우선 문학처럼 스토리가 이어지는 책들은 발췌독이 아니라 완독이 기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에는 하나의 줄거리를 끝까지 따라가서 매듭을 지은 뒤에 다른 줄거리로 뛰어드는 편이 합리적이다. 채널을 바꾸어가면서 이 영화, 저 영화를 동시에 본다면 재미와 감동이 줄어들 뿐더라 자칫 줄거리가 뒤섞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책'이라고 하면 '문학'을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독서를 취미로 하는 일반인들이 가장 널리 읽는 장르가 문학이기 때문에 한 번에 한 권씩이라는 독서법이'원칙'의 자리를 차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책의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 최근의 일이라는 사실도 주목할만 하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1500년대 유럽에서는 연간 1천 권 정도의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출간량은 지속적으로 늘어 400여 년이 지난 1950년대 유럽에서는 연간 12만 권이 나왔다. 한 세기 동안 출간했던 양이 불과 10개월로 줄어든 것이다. 그것도 이미 60년 전 의 이야기다.
좀 더 손에 잡히는 예를 살펴보자. 1960년대 전 세계의 출간 도서는 하루 1천 권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어떨까. 2010년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100종이 넘는 신간이 나왔다. 1년에 4만 종이 넘는다. 이미 서점에 있는 산더미처럼 많은 기존 도서들 사이에 새롭게 나타난 뉴페이스가 그 정도다. 요컨대 옛날에는 지금처럼 책이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책은 엄청나게 귀한 물건이었고 따라서 한 번에 한 권씩을 성물(聖物)을 받들듯 읽는 것이 당연했으며 그런 방식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왔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 독서를 '엄청나게 많이' 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책을 안 읽었다고 타박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험 공부든 막중한 업무든, 여러 가지 보다 시급한 일들에 치여 지금까지는 독서와 다소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나마도 얼마 안되는 독서 시간을 여러 권의 책에 쪼개는 일이 비효율적으로 생각되었을 수 있다. 확보된 절대 시간이 적다면 한 번에 한 권씩을 읽고 소화하는 일도 벅찬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동시에 여러 권을 읽어도 괜찮다. 아무 문제가 없다. 비문학 책의 경우 발췌독을 하는 능력이 독서 내공이다. 지금처럼 문자 그대로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 그리고 많은 독서량이 요구되는 시대에는 여러 권을 동시에 읽어나가는 일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이 말이 꼭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방식이 더 유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그런 독서법을 드러내어 말하는 이도 있다. '초병렬독서법'을 주장하는 나루케마코토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의식적으로 책을 열 권쯤 동시에 진행하여 읽는다고 한다. 그것도 가능한 장르가 다른 책이다. 학술서적과 문학, 예술과 경제경영서처럼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극단적인 책을 추천한다.
왜일까. 초병렬독서법에 따르면 내용이 완전히 다른 책을 읽을 때 뇌의 다양한 부위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나루케마코토 본인이 그런 독서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어 사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자신이 책을 읽는 목적을 고려해서 한 번쯤 시도해봐도 좋을 것이다.
"저는 워낙 산만해서, 이 책 저 책을 집적거린다고 해야 하나요, 지금도 읽고 있는 책이 십여 권 되거든요. 오늘 낮엔 이 책 열 페이지 읽고, 저녁엔 저 책 스무 페이지 읽고…… 이러다 보니 어떤 책은 한 권을 다 읽는 데 6개월이 걸리기도 해요. 그런데 이 독서법도 나름의 장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영화에 대한 글을 쓸 때 영감이 영화 책에서 오는 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거기 쓰여있는 것들은 어느 정도 저도 아는 것이고, 그리고 익숙한 것에서는 자극이 오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대중과학서, 인문서적, 소설이나 시가 더 도움이 돼요. 완전히 다른 영역을 다룬 책들을 동시에 십여 가지를 같이 읽으면,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는 장점도 있어요. 한 책만을 읽는다면, 어쨌건 생각이나 영감이 주로 그 책의 바운더리 안에서만 맴을 돌게 되지요." -영화평론가 이동진
하지만 어느 방식이 더 유리하느냐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책을 많이 읽다보면 의식적으로 동시에 여러 권을 잡으려 애쓰지 않더라도 그럴 수 밖에 없게 된다. 조금 전에 '아직 독서를 엄청나게 많이 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라 했던 말은 그런 뜻이다. 검토해야 할 책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자연히 그렇게 된다. 업무 지식을 위해 읽는 책, 기일 내에 읽어야 할 책, 참고가 필요한 책, 우선은 훑어보는 책, 그리고 취미로 읽는 책 등등. 도저히 한 번에 한 권씩을 코스 요리처럼 느긋하게 즐길 수 없는 처지이다.
"특별한 독서 스타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에 장르별로 한 권씩 읽는 것을 좋아해요. 주로 동시에 읽는 책은 3-4권 정도 되지만, 장르가 달라서 책 한 권,한 권 내용을 헷갈리지 않고 나름대로 충실히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첼리스트 장한나
"제가 책을 읽는 시간은 시간대별로 읽는 책의 종류가 좀 달라요. 제가 시집을 꼭 하루에 한 두 편씩은 시를 읽으려고 애를 쓰는 편인데요. 제가 이제 우리 동네 목욕탕 갈 때, 탕 안에서 시집을 읽습니다. 그렇게 자투리 시간, 아주 몇 분간 조금씩 나는 시간은 주로 시집을 읽고요. 휴일에 조금 여유가 많아서 읽을 수 있을 때는 두 종류의 책을 읽습니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고전 같은 거요. 내가 논문을 쓰거나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책들은 주로 밝은 낮에 책상에서 읽지요." - 소비자학자 김난도
"제가 하는 일이 강의도 하고 서평도 쓰고, 책과 연관된 일을 하기 때문에 항상 책을 손에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일주일에 3~4권의 책에 대해 강의를 해야 되고, 글을 써야 하고 20여 종의 책에 대해 소개를 해야 되고, 거기에 요구되는 만큼 책을 읽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병렬 독서를 하는데요.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같이 읽는 것입니다. 한 권 다 읽고 그 다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어요. 일주일에 10~20권의 책을 뒤적이는 것 같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다소 산만한 독서법일 수 있지만 저로서는 불가피한 독서 방법입니다." - 서평가 이현우
그러므로 이렇게 요약하자. 한 권씩 읽는가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가. 여러 권을 동시에 읽어도 괜찮다. 의식적으로 그런 독서 방법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점차 독서량이 많아지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여러 권을 동시에 손에 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