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질문들
"아직 책 읽기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독서 초보자들은 책을 읽는 방법이 궁금하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자신의 독서 방법이 맞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어느 정도는 책과 친숙한 독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깊은 갈증을 느낀다. 혹시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은 없는지, 독서가들이 활용하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질문들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독서가들의 목소리를 함께 실었으니 이 정도면 믿고 따라도 될 것이다. 비록 지금 소개하는 이야기들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퍽 우수한 답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기초를 토대로 자신에게 꼭 맞는 책 읽기 방법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1. 책은 언제, 어디에서 읽는 것이 좋은가
2. 한 권씩 읽는가,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가
3. 메모 또는 밑줄을 치면서 읽는가
4. 왜 읽어야 하는가 혹은 최고의 독서법
책 읽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독서가들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간다. 그 길은 한 가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방향성은 있다. 각자 다른 루트로 올라가지만 산꼭대기를 향한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없는 등산가와 같다. 그 방향성이란 대략 이런 것이다.
더 많이 읽을 것.
더 깊게 생각할 것.
더 넓게 연결지을 것.
그런 방향성만 틀리지 않았다면 사실 어떤 식으로 책을 읽건 상관없다. 우리는 각자 책을 붙잡고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니까.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고, 악기를 연주하지 못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것과 같다. 성공을 거둔 수많은 사람들이 독서가였다고 해도, 책을 읽지 않고 부와 명예같은 세속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 유명한 징키즈칸은 아예 글자도 몰랐다고 하지 않는가. 대 성공가들도 그러할진대 자신 안에 성공하고 싶다는, 공부를 잘 하고 싶다는 욕구가 별로 없는 분들이 '살아가는데 책 그거 꼭 읽어야 합니까?' 라고 강하게 묻는다면, '그래야 합니다' 라고 강하게 되받아칠 동기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이야기할 수 있다.
살아가기 위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인문이 왜 중요하냐?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니까 중요한 거죠.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인문학을 하면 밥이 나옵니까?'라는 짓궂은 질문이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했던 답이 뭐냐하면 "인문학을 해서 밥이 나오는 직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직업도 있다. 근데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인문학을 하면 밥이 맛있어진다."라고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인문적인 촉수가 생긴 사람들은 똑같은 24시간을 더 풍요롭게 산다는 얘기거든요." - 마케터 박웅현
지금 '잘 살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 사람은 책을 읽어야할 이유 한 가지는 가진 셈이다. 그렇다면 '보다 잘 살기 위해' 책을 활용하면 된다. 만일 친구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기로 약속을 했다면 '보다 잘 감상하기 위해' 미리 프랑스 혁명사를 찾아볼 수 있다. 학교에서 단체로 인상파 화가 모네 전시회를 가게 되었다면, '보다 잘 감상하기 위해' 미리 모네의 일생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프랑스사와 모네를 읽은 사람은 뮤지컬과 그림이 보다 뭉클하게 다가올 것이다. 더 잘 산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이 이야기에서 핵심은 왜 읽어야 하는지를 알게되면 어떻게든 읽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를 깨달은 사람은 행동한다. 그리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아낸다. "왜 살아야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왜 읽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 최고의 방법이라도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맞는 최고의 독서 방법을 찾고 싶은 이는 우선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단순히 시험 공부를 위해 '전공 서적'을 독서하는 것뿐이라면 시행착오를 거쳐 엄선된 방법을 일러주는 수험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그때는 고민없이 그저 다수가 하는 방법을 따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폭넓은 독서의 경우, 그러니까 '잘 살기 위해서' 읽는 책의 경우에는 한번쯤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무수한 독서가들이 '왜 읽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고, 거기서 얻은 답과 함께 책의 숲으로 계속 걸어갔다. 그 답이란 대개 이런 식이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나를 알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깨닫기 위해서,
보다 행복하기 위해서.
일견 추상적이고 뻔해보인다.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깊게 고민한 많은 사람들이 결국 그런 뻔한 답으로 귀결되었다면 거기 어딘가에 귀중한 진리가 숨어있기 때문은 아닐까. 중요한 것은 그 답이 아니라 그 답을 얻기 위해 고민한 과정일 것이다. 그 과정이 우리를 보다 진지한 독서가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만일 왜 읽는가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았다면, 그저 그 답에 충실할 수 있도록 책을 읽으면 된다. 언제 읽든 어디서 읽든, 한 권씩 읽든 여러 권을 동시에 읽든, 메모를 하든 새 책처럼 깨끗이 읽든 그런 질문들은 왜 읽어야 하는지를 깨달은 이에게 지엽말단에 불과하다.
"고전을 먼저 읽고 전공서적이나 또는 취미 생활 위해서 독서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은 수백 년 또는 그리스의 경우에는 2천 년 이상 읽히고 인정받아 온 그런 작품들이거든요. 그런 저술들이기 때문에 그걸 먼저 읽고 나면 우리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게 좋겠구나. 또는 책은 또 어떤 걸 읽는 게 좋겠구나. 그런 것들을 저절로 깨우칩니다." - 번역가 천병희
"인문학이 생존을 위한 학문이나 관심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존재로서 살 것인가를 생각할 때는 많은 성찰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인문학입니다." - 서평가 이현우
"요즘 출판경향도 그렇고 독자들도 그렇고, 본래의 오리지널한 부분에서 떼어다가 패러디하든지 대중화하기 위해 쉽게 풀든지 솎아내든지 해서 책을 가볍게 만드는 것 같은데, 본래의 오리지널한 부분을 먼저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내가 젊은 작가에게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요즘 문학 책은 너무 과중하게 많이 읽고, 정치, 역사, 사회과학, 철학, 사상 등의 책은 거의 안 읽는 경우가 많은거 같아요. 이런 책들을 많이 봐야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는 것입니다." - 소설가 황석영
그러므로 이렇게 요약하자. 책을 읽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스스로에게 왜 읽어야 하는가를 묻고 그 답을 탐구하자. 그 답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진지한 독서가로 변해간다. 그리고 나름의 답을 얻었다면 이제는 그 답에 충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면 된다. 왜 읽어야 하는가를 아는 이가 책을 읽는다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최고의 독서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