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 연재] 태도 수업
2003년 애런 랠스턴은 블루존캐니언을 도보로 여행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좁은 절벽 사이를 타고 내려가다가 위에서 굴러떨어진 바위에 오른팔이 끼어버린 것이다. 목숨을 구한 것은 다행이었지만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짓뭉개져버린 팔이 무슨 수를 써도 빠지지 않았다. 휴대폰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 애런은 설상가상으로 아무에게도 행선지를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적이 드문 산악지대, 그것도 좁은 절벽 사이에 낀 자신을 누군가 발견해서 구조해줄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했다.
가지고 있던 식량은 500밀리리터 생수 한 병뿐이었다. 애런은 닷새 동안 물을 나눠 마시며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좁은 절벽 틈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 새가 하루 한 번 지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애런은 자신이 그곳에서 죽게 되리라 생각하고는 지니고 있던 비디오카메라를 꺼내 가족과 친구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를 애써 침착한 태도로 찍었다. 가족에게 보여줄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만큼,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카메라를 끄고 다시 찍었다.
탈수와 저체온증으로 차츰 정신을 잃던 애런은 환각에 빠져들었다. “세 살 쯤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가 보였어요. 아이가 저를 발견하더니 ‘아빠’라고 하는 겁니다. 저는 아이를 번쩍 들어 무동을 태웠어요.” 환각에서 깨어났을 때 애런은 차분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한쪽 팔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애런은 결단했다. 한쪽 팔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팔을 꺾어 뼈를 부러뜨리고 주머니칼로 근육과 힘줄을 잘랐다. 하필 가지고 있던 칼이 무딘 싸구려 제품이라서 마구 찌르고 썰어야 했다. 자신의 팔을 끊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40분. 물론 마취는 없었다.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해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나중에 애런의 일화로 만든 영화 <127시간>에서 절단 과정은 고작 3분 정도로 묘사되었는데, 그 짧은 장면만 보고도 구토를 한 관객이 있었을 정도로 제 팔을 끊어낸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극한의 통증이 계속 이어지는 중에 애런은 어떻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바위에 끼어 있는 동안 불운을 원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애런은 답했다.
천만에요. 저는 세상에 무한한 감사를 느꼈습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조금 더 살고 싶었거든요.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을 뿐입니다.
애런이 처했던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것이었다. 이미 닷새나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환각에 시달렸고,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절벽 틈에서 외롭게 최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컸다. 심신의 에너지가 모두 바닥난 상태에서 살아남는 길은, 스스로 팔을 잘라내야 한다는 결심을 실천에 옮기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사실, 팔을 자른다고 해서 절벽 사이를 한 팔로 무사히 내려가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곳까지 움직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힘을 쥐어짜내 발버둥을 치느니 환각 속에서 그대로 삶을 놓아버리는 쪽이 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애런에게 힘을 준 것이 세상을 향한 무한한 감사라는 사실은, 감사하는 태도가 우리에게 허락하는 기적의 범주가 무한하다는 것을 가늠케 한다.
위기 속에서도 감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니, 한창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여 있을수록 더욱 힘을 내어 감사해야 한다. 시련이 좋은 일이어서가 아니다. 감사해할 때 비로소, 불안과 좌절을 헤쳐나갈 힘이 우리 안에서 솟아나기 때문이다.
일본의 의사 시오야 노부오는 100세의 고령에도 매일 골프를 치고 대중 강연을 하는 왕성한 활동으로 경탄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익장을 부러워했는데 시오야는 그 비결을, 삶을 대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의 핵심은 바로 감사였다. 삶을 통달한 100세 노인이 앞으로의 삶에서 수없이 위기를 딛고 일어서야 할 우리에게 주는 조언이다. “감사를 하면 감사할 일이 더 많이 생깁니다.”
두려움과 좌절을 헤쳐나갈 힘은
눈앞의 시련에 감사해할 때
비로소 우리 안에서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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