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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Aug 06. 2015

#41 여러분은 <ONE THING>을 하고 있습니까

모든 일은 똑같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원씽>은 지인들에게 내가 "아주 좋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라고 추천한 몇 안 되는 책 중에 하나다. 
나는 해야 할 일의 가짓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번 주에 이 세 가지 일만 할 수 있다면...", "이번 주에 이 두 가지 일만 마무리 짓는다면..."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자 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당신이 이번 주에 할 수 있는 일 중 다른 모든 일들을 제쳐두고서라도 꼭 해야 할 단 '한 가지 일(the One Thing)'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렇게 묻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의 실적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한 것이다. - 게리 켈러 & 제이 파파산 Gary Keller & Jay Papasan <원씽> 미국 기업인

   

설득의 근거가 단순하고 명쾌했다. 저자들이 촉구하는 행동 지침도 간단했다. 요컨대,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 일을 먼저 하라'는 것이다. 


물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구입한 적 있을(그리고 불행히도  그중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사는 것으로 그쳤을 지도 모르는) 프랭클린 플래너에서 '삶을 관리하는 기술'로 가장 중요하게 제시하는 것도 바로 '우선 순위'다. 의식적으로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쏟아지는 사소한 일들에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사소함의 노예로 전락하여 사소한 삶을 살게 된다! 는 것이 목소리에 핏대를 세워가며 우선 순위를 강조하는 플래너의 주장인 셈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막상 꾸준히 실행하기는 도무지 쉽지 않다. 다수의 급한(동시에 사소한) 일들이 온갖 핑계를 대가며 대기 번호를 뛰어넘어 앞 쪽에 끼어달라고 사정하는 탓이다. 그래서 결국 우선 순위를 정하고 지키는 것 자체가 최우선의 일이 되지 않는 한, ABC가 빼곡한 1월의 프랭클린 플래너가 12월이 되면 끄적거리는 메모지로 탈바꿈하듯 흐지부지되어 버리기 쉽다.  


<원씽>은 그러한 우리네의 고민을 잘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훨씬 더 단호한 얼굴을 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한가하게 우선 순위를 따지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를 찾아라. 


<원씽>에서 단호한 목소리를 내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만 꼽자면 단 두 가지다. 잠시만 귀를 기울여 본다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리라. 

첫째, 사람의 의지력은 한계가 있다. 


스탠퍼드 대 바바 쉬브 교수의 초콜릿 케이크 실험에 의하면 사람의 의지력이란 너무도 얄팍한 것이라 차마 만물의 영장 운운하기조차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진은 165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2자리 숫자를, 다른 그룹에게는 7자리 숫자를 외우게 했다. 그리고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동안 그 숫자를 기억하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그들이 이동하는 복도에는 간식이 놓여 있었는데, 달지만 몸에 나쁜 초콜릿 케이크와 건강에 좋은 생과일이었다. 학생들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다. 결과는 분명했다. 일곱 자리 숫자를 외운 학생들이 초콜릿 케이크를 두 배나 많이 집었다. 인지적으로 고작 아주 조금 더 어려운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의지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그리고 몸에 나쁜(하지만 당장 입에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택했다. 즉, 머리를 많이 쓸수록 정신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다른 예도 있다. 이스라엘의 가석방 시스템에 대한 연구다. 가석방 심사를 맡은 심사관들은 10개월 동안 1,112건의 죄수들을 심사했다. 심사관들은 각 측의 주장을 듣고 약 6분 내에 결정을 내리는 식으로 하루 최대 35건의 심사를 진행했으며, 휴식 시간은 하루에 단 두 번 주어졌을 뿐이다. 가석방 결정이 죄수 개인과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감안할 때 그들의 판단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했으며, 따라서 가석방 심사는 대단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심사관들이 에너지가 충전된 상태, 즉 이른 아침과 두 번의 휴식 시간 직후에는 가석방 승인율이 65%에 달했지만, 휴식 시간 직전과 일과 종료 시에는 0%에 가깝게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죄수 입장에서는 지극히 불공정할 수도 있는 이러한 패턴은 심사관들의 의지력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심사가 오랜 시간 지속되면 심사관들의 정신력은 방전된 배터리처럼 소모되어 텅 비게 된다. 그들은 죄수들이 바깥 세상으로 나갈만한 자격이 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를 때 심사관들은 '현상 유지'를 택하게 되고, 그 판단은 죄수들에게 '가석방 불가 결정'으로 구체화된다. 직장 상사가 체력이 바닥난 퇴근 무렵에 결재 서류를 올려봤자 "나중에 다시  보지"라는 핀잔만 돌아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모든 일이 똑같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이탈리아의 소득 분배를 연구하면서 20%의 사람들이 80%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비롯된 파레토, 즉 80대 20의 법칙은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이 입증되었는데, 이를테면 판매 순위 상위 20%의 제품이 전체 매출액의 80%를 담당하고 있다던가, 20%의 환자에게 전체 의료보험지급액의 80%가 지급되고 있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이것을 리처드 코치는 <80/20 법칙>에서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80/20 법칙에 따라
소수의 원인, 입력 혹은 노력이
다수의 결과, 출력 혹은 보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20%냐 80%냐 하는 숫자가 아니다. 비율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 이론의 핵심적인 통찰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똑같은 가치를 갖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얻는 결과물의 대부분은 우리가 실천하는 소수의 몇 가지 일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점이다. 어떤 일들은 다른 일들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중요한 일들 중에서도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80/20 법칙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겨우  시작일뿐이다. 최대의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면, 그 20 중에서 또 20을 찾아내야 하며, 그 20 중에서 다시 한 번 20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 


가장 중요한 단 한 개의 일을 찾을 때 까지다. 


그리하여 <원씽>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 일이 있으며, 우리의 의지력은 한계가 있으므로, 배터리가 충분할 때 바로 그 한 가지 일을 처리할 것.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으면, 나머지 일들은 그 후에 남는 시간과 에너지로 처리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노력과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목적 없이 노력한다면 그건 노력이 아니라 노동이야." 


노력이란 우리의 삶을, 원하는 곳을 향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매일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가고 있음에도 시간이 지난 후에 달라진 것이 없다면, 우리는 어쩌면 노력이 아닌 노동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 우리에게는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원씽>의 주장이 매력적으로 들리는 것은, 그 방법이 구태여 잠을 더 줄이지 않고도, 먹을 것을 덜 먹지 않고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처럼 흉내 내지 않고도, 단지 우선 순위를 확실하게(그리고 극단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씽을 찾아 최우선적으로 전력을 다해 해치우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앤터니 트롤로프 Anthony Trollope(영국 소설가)는 엄청난 대작들을 썼다. 그것도 놀랍도록 규칙적으로 줄기차게 뽑아냈다. 낮 동안에는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면서 아침마다 출근 전에 2시간 30분씩 글을 썼다. 그것은 매우 엄격한 규칙이었다. 2시간 30분이 지났을 때 어떤 문장을 쓰는 도중이었더라도 거기서 중단하고 이튿날 아침까지 기다렸다." 
"나는 하루에 열 페이지씩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낱말로는 2천 단어쯤 된다. 어떤 날은 그 열 페이지가 쉽게 나온다. 그러면 아침 열 한시 반쯤에는 작업을 끝내고 소시지를 훔쳐먹는 생쥐처럼 신나게 다른 볼 일을 볼 수 있다." -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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