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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d Silence Jun 19. 2023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지만
찰떡같이 내 취향인 노래

오늘도 어딘가에 있을 나만의 노래를 찾아서

뭐야, 이 노래 뭐야


출근하다 임의로 흐르는 노래가 궁금해져 문득 핸드폰을 들었다.  처음보는 가수의 처음 듣는 노래. 원래 밴드음악을 좋아해서 밴드 노래가 나오면 반갑다고 생각은 하지만, 너무나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에 제목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이 밴드는 어떤 밴드인지, 다른 노래는 무엇인지, 라이브 버전은 어떻게 다른지 신나게 찾아본다.


생각해보면 내 일상에 몇 안되는 몰입의 순간이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업으로는 삼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양상이라고 생각한다. 문득 내게로 다가온 그 노래와 함께 정신이 맑아지면서, 도착지가 가까워지는 줄도 모른채 영상과 음악을 찾아본다. 이제 내 취향의 노래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새로이 나오고 있음에 반갑기도 하다. 조금 신나보이지만, 이것은 굉장한 위로의 양상이라고 느껴진다.


음악에 국경은 없으며, 대중음악이란 장르도 있지만, 난 좀 다르게 인식한다. 음악만큼 개인적인 것도 없다. 소비자로서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듣는 것, 부르는 것 정도로 요약된다. 일상에서 이 두 가지 행위는 보통 개인적으로 일어난다. 출퇴근하면서 이어폰으로 혼자 음악을 선곡해서 듣거나, 거리를 다니며 혼자만 들을 수 있도록 흥얼거리거나. 음악카페에 가서 다같이 듣는 음악도 있고, 콘서트를 가서 떼창을 부를 수도 있지만, 이상보다는 일탈에 가깝다고 느낀다. 차트에 있는 음악이 아니라면, 음악추천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렇다.


비단 노래 뿐만이 아니라, 음식이나 사진, 책, 영화 같은 것들이 전부 그렇다. 반복적으로 찾아왔던 나만의 취향이 우연히 우연히 발견되는 것. 물론 가끔은 지루했을 탐색의 시간들이 있을 것이다. 한 때는 아무리 찾아도 신선한 무엇이 없다고 느껴져서 이내 옛 작품들을 꺼내보며, 고전만한 명작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을 것이다. 나의 취향을 공감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머쓱해본적도 있을 것이다. 


그 기다림 끝에, 새로운 것들에서 나만의 것이 찾아지는 순간들은 소중하다. 내 취향과 아이덴티티를 외부적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자, 세상에 나의 영역이 한 줌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인 것처럼 느껴진다. 꽤 오랜 시간동안 지켜온 취향이 대견하기도 하며, 지나간 시간에 대해 소소한 보상으로 느껴진달까. 수 많은 방황 끝에 어김없이 만나게 된 한 줄기의 시원한 바람. 요즘같은 날씨에는 더없이 반갑다.


그렇게 가끔은 위로받길 바란다. 삶이란게 일대일 대응, 수익과 비용의 대응이 이뤄지는 법이 잘 없다. 꼬였던 일에 나빠진 기분이 맥주 한 캔으로 풀리기도 하고, 상사의 비난에 시무룩한 기분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전화 한 통으로 위안 받기도 한다. 물론 문제가 다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풀기 위해 내가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무너지지 않을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우리 각자의 영역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언젠가 우연히 우연히 내 눈앞에 나타날 그 날이 있을 것이다.


내일은 한 번도 듣지 못한 노래와, 먹어보지 못한 음식과, 걷지 못했던 거리를
찾아보자. 어쩌면 그렇게 위로의 무기를 하나 더 챙길 수 있을지도.


사진: Pixabay


참고로 위에서 말한 노래는 [The 1975 - Oh Carolin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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