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가벼워지면서 드는 생각
엄마 나 이 레고 사줘./
집에 있잖아~/
이건 달라!!
어렸을 때, 엄마랑 마트에 장을 보러가면, 노란색 큰 통에 들어있는 레고를 그렇게 갖고 싶었다. 그 노란색 통 겉면에는 레고로 만들 수 있는 샘플 사진이 있었는데, 동물원도 있고, 성도 있고, 놀이동산도 있고, 종류가 참 많았다. 집에는 이미 성을 만들 수 있는 레고가 있었지만, 동물원도 갖고 싶고 놀이동산도 갖고 싶으니 갈 때마다 사달라고 하는 것이다. 여전히 마트에 가보면 레고나 로보트,인형 같은 것들은 종류가 많던데 완구제품 제조사들은 어린이를 참 잘 아는 것 같다.
하긴 그 나이에는 엄마 손에 들고 있는 콩나물보다 레고나 인형이 더 중요해 보이긴 한다. 저거 살 돈 모아서 레고나 사고 싶은데, 왜 엄마는 맨날 맛 없는 콩나물이나 연근 같은 것만 사오는지. 유난히 콩반찬을 싫어했는데, 그럴 때면 괜히 카트에 있는 검은콩 꾸러미를 만지작 거리곤 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사고 싶은 것도 많이 사고, 하고싶은 것도 맘껏 하고 싶었다. 어린 나이의 계산으로는 레고가 5만원이라고 하면 내 수중에 5만원만 들어오면 저 레고를 가지리라 마음먹었던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서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도, 계산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갖고싶은 것이 핸드폰처럼 더 비싼 것으로 바뀌었을 뿐, 100만원을 벌면 저 핸드폰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월세와 관리비,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해보지 않은 나이니까 그러지 않았을까. 어쨋든 사람이란게 경험을 통해 배우는게 제일 크다. 그 당시 수입은 용돈이었는데, 용돈으로 쓰는 항목이야 밥값이나 학용품 등의 소모품 비용 외에 더 있으랴. 아마 그때도 600원 짜리 아이스크림은 가끔 먹었던 것 같다.
지금의 월급은 물론 용돈보다 많지만 쉽게 살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마트 아이스크림 뿐인 것 같다. 당연히 살 수 있는 능력이야 갖춰졌지만, 그 능력으로 행하는 우선순위에는, 예전처럼 레고나 핸드폰이 1순위가 아니다. 만약 그 학생 때, 지금의 월급만큼 용돈을 받았다면 그 나이의 우선순위에는 레고나 핸드폰이 1순위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을 미루고, 다른 것을 우선순위에 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보다 먼저 가족 내지는 일을 생각하고, 친구를 생각하고, 연인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나만을 생각했을 때 도출되는 최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최선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의 상황은 다르니까 말이다.
여전히 레고가 갖고싶지만, 더 이상 누구에게도 사달라 하지 않는,
그렇다고 나만을 위해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 화이팅.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