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oud Silence
Jun 17. 2023
'혼자'이고 싶거나, '혼자'가 싫거나
끝끝내 결론내지 못한 변덕을 어찌하나
학교다닐 땐, 같은 나이 혹은 같은 과, 같은 공부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대부분 동등한 위치이다보니 '또래'를 찾기가 쉽다. 이렇게 만난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공부 혹은 작업 들을 하면서 '혼자'라는 개념을 인지하는 빈도가 드물다. 어떤 팀플에서 악성 빌런을 만나 그 사람과 떨어져 혼자서 과제하고 싶다는 느낌 자체도 '혼자'라는 느낌이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어쨋든 누군가의 소통과정이 있고 그 결과가 부정적일 뿐이니까.
그렇게 같이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같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각자 먹고살 길을 찾아 나선다. '각자'. 물론 모여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방향이 다르고, 방향이 같더라도 타이밍이 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누구는 빨리 사회에 들어가고 누구는 한 템포 쉬었다가 들어가고, 각자에게 최선의 방향을 떠올리며 경제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서로 만나는 빈도는 줄어들고 '혼자'라는 느낌은 더 빈번히 나를 찾아온다.
한창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집에오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예전보다 자주 느끼는 외로움은 새삼 어색하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항상 친구들이랑 같이 밥을 먹거나, 놀 거리를 찾아 다니거나, 공원에 같이 앉아 수다 떨 사람이 있었는데, 어쩌다 내가 이렇게 혼자가 된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에는 혼자, 외로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가 외로움을 감당하고 있자니 기분이 묘해지는 것이다.
이전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던 사람이더라도,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후의 '혼자'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이전에는 내가 혼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그걸로 누군가와 얘기하거나, 생각하거나, 소비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혼자 있는데, 내가 하고싶은 것이 아닌 해야하는 일들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이러한 시간들로부터 격리된 나의 선호들은 아쉽기만하며, 동시에 묘해진다.
이런 현상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혼자 있고 싶어도 또래심리,군중심리에 나가는 경우도 많았고, 외톨이가 되기 싫어서 무리하게 나가는 경우도 많아서, 혼자 있고 싶은 날이 지켜지는 빈도가 적었다. 그런데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혼자가 된 시간이 늘어났는데, 되려 이런 시간들이 편해지는 날들이 있다. 마음속으로 혼자일 때 하고싶었던, 혹은 시도하고 싶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이다. 남들은 모르게 혼자서만 시도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걸 왜 예전에는 못했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때도 혼자 있을 때, 시도해볼 수 있었지만, 괜히 들킬까봐, 괜히 내 입에서 튀어나올까봐 쳐다도 보지 않았던 것들일 수도 있다. 어쩌면,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여유가 좀 생기니까 가능한 일일수도 있고, 나이가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고 경제활동을 시작하면서, 예전보다 자유가 늘어나면서, 내가 하고싶은 것을 시도하는 것이 마음 속으로 조금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미없는 고민을 해본다.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에서는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라는 가사가 있다. 딱 서른 전후가 되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인생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고,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있다. 계획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계획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희생하거나 포기한 부분들도 있다. 결심하고 떠나보낸 것들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떠나간 것들도 많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달려온 시간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을 시간들이 30년 정도 모이니까, '혼자'가 된 시간에 생각이 많아진다. 결국에는 내 지금이 내 과거의 최선이었고, 지금의 최선이 미래에도 최선일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푸념이자 정신승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 않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출퇴근의 의미를 찾아보고, 실망하며, 언젠간 다가올 나의 완벽하고도 행복한 혼자를 바라본다.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