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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d Silence Jun 22. 2023

게으름의 양면성

게을러지고 싶어서 부지런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다 좋다는 말은 다 싫다는 말처럼 들리고,
아무 것도 하기 싫다는 말은 뭐라도 하고 싶다는 말 처럼 들린다.


우리가 흔히 아는 나쁜 게으름이 있다. 해야할 일을 미루고 미루는 게으름은, 일상을 망치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게으름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방해하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일이라는 것이 재밌는 일만 있을 수는 없다보니, 재미없는 일도 해야하는 데, 이러한 일들을 미루고 미루다 보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좋은 게으름도 있다. 뭔가 일을 하긴 하는데,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책임감은 있는데, 열정은 없는 스타일. 책임감으로 일하는 동력을 삼는 사람들이다. 이런 게으름은 작업의 효율성 제고와, 루틴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로세스 상 낭비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킴으로써 작업시간을 계속 단축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빨리 끝나는 줄 알고 계속 일을 맡게되면 번아웃이 올 수도 있지만, 적정선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의 최적화는 언제나 도움이 된다.


이런 게으름을 해결하는 것에서 많은 사업모델이 구축되는 것 같다. 최근으로 보자면 검색의 귀찮음을 해결하기 위해 chatGPT가 개발되었다. 식사를 해결하는 귀찮음을 덜기 위해 배달앱이 성장하였으며, 사진찍고 보정하는 과정이 번거로우니 핸드폰의 사진 앱들은 알아서 보정을 해주기까지 한다. 요즘 사진편집 프로그램들은 버튼 하나로 그 사진의 분위기와 맞는 편집과정을 해주기도 한다더라.


개인적으로 오래 걸리는 모든 것을 피하는 편이다. 기다리는 것을 잘하는 편이지만, 기다리는 자체를 좋아하진 않는다. 만약 기다린다면 다음에는 그 시간을 줄이거나, 다른 곳에서 시간을 save하려고 생각하는 편이다. 협업하는 상대방의 예상 반응이나 QnA를 미리 생각하고, 여러 상황을 가정한 후 내 결과물에 담는 과정이 그 예 이다. 


작업물이 오가는 과정에서 상호간의 피드백을 매번 확인하며 진행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지루하다. 그래서 지루함을 일부라도 덜어내고, 진행과정을 신속히 하고자하는 것인데, 물론 주의사항이 있다. 상대방에게 사전고지 등의 조치를 취하여, 당신의 영역이 침투당하는 것은 아니며, 그저 과정의 용이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소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영역에 대한 도전 등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하는 일이라도 더욱 그렇다. 혼자서 하는 일의 특징은 내가 마감을 정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하게 늦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쉬고싶은 마음은 똑같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데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 일정한 작업루틴을 설정하고, 이 루틴을 수행하면, 그 날은 종료하는 것으로 정한다면 마음의 짐이라도 조금 덜 수 있다.(자기기만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혼자서 하는 일이니, 마음의 짐이라도 덜어야 하지 않을까.)


좋은 게으름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작업 중에는 더 부지런해야 한다. 어쩌면 나의 에너지를 분배하여 차후에 사용할 에너지를 끌어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작업을 빨리 끝내고, 다른 사람보다 더 쉬고 싶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은 시간을 확보하여, 남들보다 더 빠르게 게으른 상태에 진입하고자 하는 것이니, 게으름을 향한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게을러지고 싶은 마음, 많은 일을 빠른 시간안에 해결하고 집에 가고싶은 마음, 그 와중에 최소한의 피드백으로 이뤄내고 싶은 마음. 이 마음들이 결국 나를 최적화의 길로 이끄는 것이다. 경영학을 배우면서 '포카요케'라는 말을 배웠는데, 품질관리 측면에서 절대 실수가 나올 수 없는 공정을 만드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이 '포카요케'의 실현이 나를 빠른 시간 안에 집으로 보내주지 않을까


일에서 해방될 수 없다면, 적어도 구속되지 않고, 내가 일을 통제할 수 있도록.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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