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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d Silence Jun 24. 2023

굳이 잘하지 않아도 되는 취미인데

취미가 줄어드는 이유

뭐든지 잘해야 재밌다.


작곡을 몇 달을 배우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노래의 구성이나 아이디어, 구현방법 등의 기초 정도 배워서 작곡프로그램은 다룰 수 있게 되었으나, 거기서 멈추고 말았다. 더 나아가기가 두려웠던 것 같다. 어쩌면 조금 귀찮았을 수도 있다. 노래 3분을 만들기 위해서 정하고 찾아서 만져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넓은 킥에 더블링 넣고 코드 잡은 후에 베이스도 찍으면서 샘플 중에 괜찮은 것들 고르고... 취미라기엔 너무나 많은 노동이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물론 더 노력하면 그 과정이 익숙해지고 연습으로 그 시간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작곡 프로그램이 요즘 워낙 잘되어 있어서, 단축키나 가상악기를 잘 찾아서 사용하면 원하는 소리들을 조합할 수 있었다. 내 욕심만 조금 버리면 몇 분짜리 트랙은 금방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숙련된 선생님은 뚝딱뚝딱 잘 만드시는 걸보니 더욱이나 연습하면 어느정도는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연습의 과정에 돌입하는 것이 버거웠다. 본업에서 모든 힘을 쓴 나는 보통 집에 들어와서 저녁식사와 간단한 집안일을 처리한다. 그 상태에서 무언가를 더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론 그렇기에 부업이나 취미를 열심히 하는 분들을 굉장히 존경한다. 보통의 열정이 아니라면 그 시간을 다른 일에 쓰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버벅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싫었다. 이건 온전히 내 자만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또한 잘 고쳐지지가 않았다. 뭔가 어른이 되고 서른이 넘으면, 내가 하는 일에는 모든 것에 능숙해야 할 것만 같고, 헤매면 안될 것 같고, 실수하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모습들을 보이는 것들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처음에 작곡 수업을 시작했을 때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쉽게쉽게 구현해낼 수 잇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참으로 무지했던 것이다.


언제 그 많은 도구와 스킬들을 연습하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 시간에 연습을 했으면 지금은 조금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시간이 갈수록 게을러지는 스스로가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지만, 욕심에 비해 열정이 부족하다. 학창시절에 배우고 싶었는데, 대학가느라 내 열정을 다 쓴 것 같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핑계만 내뱉는다. 열정이 학생때만 나오는 것도 아닐 것이며, 만약 그렇다면 정말 슬픈일일 것이다.


이렇게 지나고 보니, 지난 날 배워놓은 작은 것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악기든, 요리든, 운동이든 뭐라도 어릴때 배워 둔게 커서 나를 많이 위로해주었다. 그래도 시간이 쌓여 나만의 스타일이 갖춰진 것들은 실력의 출중함과는 별개로 그 자체로 나를 표현해주었다. 근로소득자로서 남을 위해 일하지 않는 시절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귀속된 이후에 더 처절하게 깨닫는 시점이다.


오늘 역시 지나간 하루가 될 것이고, 오늘의 버벅임을 견뎌낸 스스로를 위안 삼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뭘 좀 못해도 피하지 말고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집중하도록 하자. 해보고 싶었으나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시도해보자. 생각보다 별 거 아닐 수 있다. 어떤 영상에서 보니 사람은 35세까지 환경으로부터 배운다고 하더라. 35세가 넘어도 배울 수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 가보면 어머니들이 항상 뭘 배우려고 모여계시지 않는가. 


뭐든지 잘해야 재밌겠지만, 굳이 잘할 필요가 없는 것에 있어서도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다른 건 충분히 잘 하고 있을테니까.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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