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oud Silence
Sep 29. 2024
변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헤어스타일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매우 중요하다. 아무래도 가장 드러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눈코입과 함께 가리기 참 어려운 신체부위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외모를 가꿀 때, 헤어스타일은 우선순위가 꽤 높다. 또 매일매일 바꾸기가 어렵지 않은가. 자신한테 맞는 스타일을 정해두고 일상적으로 머리를 만진다. 이러한 스타일을 정할 때 꽤 여러 가지를 결정한다. 이마를 보이게 하는지, 덮는지, 옆머리를 길게 하는지, 앞머리를 어떻게 할 건지 같은 것들을.
개인적으로는 머리를 잘 못 꾸미는 편에 속하기는 한다. 특별한 일 아니고서는, 외출할 때, 그냥 대충 말리고 나선다. 머리에 뭘 바르거나, 머리를 세우거나, 어디를 누르거나 하지 않는다. 미용사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다른 거 안 해도 단정할 수 있게 잘라 주세요. 그러면 통상적으로 댄디컷이라고 불리는 머리로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 옆머리는 짧게 하고 윗머리에 숱을 좀 남겨서 풍성하게 하면, 헤어드라이기를 휘날리며 말려도, 적당히 단정해 보이는 스타일링이 완성된다.
사실 이런 부분들도 배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은 자발적으로 인터넷 검색과, 연예인들의 사진을 참고하면서 미용사에게 많은 요구들을 한다. 그 머리 조금의 틀어짐으로 굉장히 예민해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고 실패가 지나가면 어느새 자기와 맞는 머리를 찾게 되고, 내 주변사람들은 일정한 머리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일반 사무직의 사람들은 기분전환으로 머리를 바꾸는 일이 잘 없지 않나 무례하게 짐작해 본다.
이런 것들에 대해 배우는 시기가 있고, 나는 이미 그 시기를 지나버렸으니 그냥 이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이 생각이 좀 바뀌어서, 지금 좀 바꿔도 되지 않을까? 지금 배워도 되지 않을까? 성적을 다투는 사항이 아닌데, 그냥 내가 정하는 시기에 배워도 되는 것 아닐까. 엄청난 펑크락 스타일에다가 형광색 머리를 하지 않는 이상 괜찮지 않을까. 이런 스타일은 아무래도 직장에서의 평판이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었을 때 했어야 했는데, 그런 시기는 확실히 지난 것 같긴 하다. 반대로 말하면 그런 스타일만 아니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이를 핑계로 뭔가 시도하지 않는 것을 피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시도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결과적으론 시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나이 같은 것은 아니고 싶은 것이었다. 어쩌면 나이가 변화의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는가. 살아가다 보면, 지금까지 고집해 온 고집과 진리들에 대해 반기를 들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맞다고 한 내 생각들이 이제는 틀려지고, 틀렸다고 생각한 것들이 맞아 들어가는 시기가 온다. 그래서, 내가 반기를 들었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하는 순간,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되고, 내가 성장하는 길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되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잘 살기 위해, 시간이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또 바뀔 것이다. 멀리 이사를 가게 되어서 머리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처럼, 이직 혹은 승진으로 인한 이사라면 그런 자잘한 변화들은 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가. 그런 것이 아니라도, 지금의 나의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위한 변화라면 언제든 환영해야 하지 않는가. 남들에게 주어지는 잠깐의 어색함은 그들의 몫으로 남겨주자. 개인적으로 라식을 하고 안경을 벗었을 때, 사람들이 너무 어색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그대로라고 해서 오히려 내가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면 좀 서운한데. 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