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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린데, 벌써 한계인 것 같아요

어쩌면 어리니까 한계를 자주 만나는 것일까요.

by Loud Silence

한계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쓴 것 처럼 보일까봐 무섭지만, 요즘 정말 힘에 부친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이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퇴근도 30분씩 늦게 해보고, 개인적으로 빈 A4용지에 계속 일을 정리하고, 외워보고, 정리해봐도 잘 나아지지가 않았다. 물론 아직 실행에 옮긴지 한 달도 안되는 기간이지만, 나아지지 않는 느낌에 맥이 빠진달까.


어른이 되어서 달라지는 것은, 내 일에 대한 보상과 성장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시간이가면 학년이 올라가고, 공부를 하면 점수가 올라가고, 그에 따라 내 눈앞의 광경이 많이 달라진다. 친구들의 인정과, 좋은 대학, 운이 좋으면 장학금 까지 받을 수 있다. 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따면, 취직이 쉬워진다거나, 스펙을 쌓으면 입사가 쉬워진다거나.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서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뚜렷한 보상은 경제적 보상 이외에 마땅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내 실력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도출되는 결론은, 눈에 띄는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중간고사 준비 혹은 수능준비 정도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수능준비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수능을 못봐서 두 번이나 봤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사회의 인정을 받아내기 쉽지 않다. 물론 종류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수능을 위해 밤새 공부해봤다면, 직장에서도 밤새 일해볼 수 있는 일 아닌가? (위험한 생각이다. 정신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 생각들은, 사회의 인정과 보상을 받고 싶다는 전제하에 진행되었다. 적어도 조직과 집단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누군가는, 직장에서, 남을 위해서 밤을 새서 일을 하고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람은 어쩌면 직장을 순수하게 애정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애정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내가 주목하는 사람은, 직장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일 자체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 일을 잘하고 싶어하고, 알고 싶어하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사람들 말이다. 유명인 중에서는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가 이런 사람으로 사료된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런 사람들이 순수 지능(Raw Intelligence)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나에게도 저런 것이 있을까.


나를 점검해보기로 한다. 나의 최근 가장 큰 고민은, 같은 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컨센서스(Consensus)가 계속 어긋난다는 점이다. 동일한 뉴스나 상황을 두고 다른 사람들의 결론과 나의 결론이 다르다. 나의 지식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타인 들의 생각과 다르고, 다수와 다른 나의 생각은, 나를 주눅들게 한다. 내가 마치 그 사람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은 다수가 맞지 않는가.


물론 어떤 면에서는 소수의 의견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소수가 천재이고 순수지능을 갖고 있을 경우에 유효하다. 나는 그런 지능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래서 부지런히 공부하고 따라가보려고 하지만, 꽤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꽤 기나긴 푸념이었다. 여러모로 맥이 빠지는 하루였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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