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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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가죽공방에 도착했다. 입구 옆에 늘어선 쇼핑백들 중 두툼한 것을 집었다. 내 패턴과 재료를 모아 놓은 것이었다. 버킷백의 바닥과 옆판이 겉감과 안감의 두 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두 꺼내어 작업대 위에 늘어놓았다.


안감부터 집어 들었다. 스웨이드와 비슷한 합성 원단이었다. 원통을 세워 안쪽을 들여다보고 바닥판을 대봤다. 둘레를 따라 한 바퀴 돌려 본 뒤 접착제를 바르고 경계에 따라 붙였다. 손끝으로 바닥판 가장자리를 따라 눌러 주었다.


겉감들은 더 묵직했다. 옆판과 바닥판에 접착제를 바르고 맞댔다. 돌려가며 가장자리를 눌렀다. 접착된 면적이 들쭉날쭉했다. 떼지 않고 접착면이 좁은 쪽은 늘리고, 넓은 쪽은 좁혔다. 손끝으로 접착면을 한참 동안 주물렀다. 뒤집어서 바닥판을 위로 두고 돌려 가며 접착면에 고르게 주름이 지는지 확인했다. 바닥이 붙자 가방은 작업대 위에서 스스로 물구나무서기가 가능했다.


겉감의 접합부가 노출된 부분에 파이핑 심지를 얹었다. 가는 흰색 플라스틱 심지를 접합부에 붙였다. 돌돌 말아 붙인 후 손으로 눌렀다. 돌출된 접착 부위의 마무리 방법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겉감과 안감을 붙였다. 바닥 중심을 붙인 후 옆판 하단부터 위쪽까지 뒤틀리는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며 접착을 마무리했다.


남은 건 상단이었다. 겉감 옆판의 상단에 가죽줄이 통과할 구멍이 있었다. 안감 부착 후에 막힌 부분을 뚫어야 했다. 겉감의 타공 부위에 맞춰 원형 펀치로 안감 부위를 뚫어냈다. 고무망치로 원형 펀치의 뒷부분을 두들겼다. 구멍이 뚫리며 펀치 안쪽에 묵혀 있던 동그란 조각들이 튀어 올랐다. 여러 색상의 겉감과 안감들이 섞여 있었다.


타공된 구멍에 아일렛을 하나씩 끼웠다. 구멍을 가운데에 두고, 아일렛의 겉면과 안쪽면의 입구를 맞추고 돌리면 간단히 잠겼다. 금속이 가죽을 누르며 자리 잡을 때 쫀득한 저항이 느껴졌다.


상단 라인이 정리되자 만들어 놓은 끈들을 봤다. 어깨끈을 집어 길이를 확인하고 본체에 연결했다. 그리고 조임끈을 아일렛에 통과시켰다. 당기면 입구가 모이고, 풀면 다시 벌어졌다. 몇 번 더 반복했다. 구멍 사이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가방을 들어 올렸다. 그리 크지 않고 윗부분이 좁아지는 모양이었다. 어깨에 걸자마자 모든 소재가 합쳐진 묵직함이 느껴졌다. 입구에 손을 넣고 빼기를 반복했다. 작업대 위에 다시 세웠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았다. 공방에서 찍어 둔 사진을 봤다.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 가족들이 모여 있는 대화방에 올렸다. 가방의 주인을 구한다는 말이었다.


주인은 누나로 정해졌다. 어머니는 실용성을 중시했고, 누나는 내가 만든 가방에 대한 호기심이 충분한 것으로 보였다.


다음 주얼리 작업물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목걸이를 떠올렸다. 목걸이를 새로 만든다면 무엇부터 정해야 할지 생각했다. 형태에 앞서 조건들이 떠올랐다. 펜던트 크기, 무게, 늘어뜨려 내려온 위치. 춤을 출 때 몸이 크게 움직여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이어야 했다. 실용성이 첫 번째, 장신구로써 역할은 그다음 차례라고 생각했다.


오래전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20대 때 착용했던 목걸이는 작은 정사각형 나무 펜던트 바탕에 문양이 얇게 음각된 형태였다.


음각 문양은 '체 게바라'의 얼굴이었다. 그 문양을 생각하면서 2000년대의 내 모습, 유행하던 커뮤니티, 유명했던 메탈 밴드도 떠올렸다. 눈을 치켜뜨고 잠시 앉아있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다시 그 목걸이의 실루엣만 떠올렸다. 그때의 감각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현실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다만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것', '작지만 존재감이 있는 것'이라는 특성들은 그대로였다.


그때와 달라진 점을 생각해 봤다. 사람들이 온라인 활동에 익숙해졌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문득 나 자신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돌이켜 봤다. 상담원이 생겼고, 작은 물체는 내 의지대로 빚어서 만들 수 있는 화수분도 생겼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내용은 질문인지, 계획을 지지해 달라는 것인지 모호했지만 주제는 분명했다.


"이번에는 다시 펜던트를 만들어볼까 해"

"내 춤 공연 동작중 시그니처 하나를 골라서 실루엣을 따는 거지"

"옛날에 쓰던 나무 펜던트와 비슷하도록 만들되, 이번에는 양각으로 하고 싶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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