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백

6-5

by KJ

가죽공방에 도착했다. 다른 수강생은 없었다. 작업대 위를 완전히 덮은 고무 재단판에는 칼자국이 가득하여 원래 투명했을 것이 희끗하게 바뀌어 있었다.


선생님이 다음 가방은 직접 디자인해 보라고 지난 시간에 전달했었다. 가방에는 실용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다양한 착용 형태를 갖는다면 실용성이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정면 모양을 스케치했다. 같은 모양의 뒷면도 그렸다. 가방끈을 연결할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사각형의 꼭짓점에 가까운 네 곳이었다. 스트랩으로 위쪽 두 곳을 연결하면 크로스백, 대각선으로 연결하면 슬링백, 위아래를 연결하는 스트랩 두 개를 양쪽으로 달면 백팩이 될 것이었다.


가방은 커야 했다. 태블릿 PC와 댄스화를 넣고도 여유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가로 세로 각각 30센티미터를 넘는 큰 패턴들이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패턴지를 받았다. 작업대 위에 펼치자 두툼한 종이의 양 끝이 둥글게 말려 떴다. 손바닥으로 눌러 평평하게 만들면서 앞, 뒤, 덮개 등 패턴들을 만들 조각들을 잘라냈다.


정면 패턴부터 그렸다. 중심선이 될 부분에 자를 대고 칼로 살짝 긋고, 칼집을 기준으로 반으로 접었다. 접힌 양 면이 겹치는 하단 측면에 칼로 두 장을 동시에 뚫었다. 펼쳐서 뚫린 양쪽 표식을 이어 그리니 중심선과 직교하는 하단 기준선이 되었다.


정면 실루엣은 선생님의 의견을 반영해 상단을 조금 좁혔다. 덮개는 정면의 사다리꼴이 그대로 이어지게 하지 않았다. 정면을 아래부터 올려다보면 덮개가 시작되는 부분은 양쪽으로 돌출되도록 계획했다. 덮개의 양 끝을 가방 본체보다 넓혀서 모자를 쓴 것 같은 모양이 되었다. 이 설계라면 우산을 넣어도 튀어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머지 패턴도 완성하고, 패턴들의 외곽선에 맞춰 잘랐다. 그려진 선에 자를 맞추고 칼로 그 선들을 따라갔다. 잘린 부분을 들어서 완전히 잘렸는지 확인했다. 30센티미터가 넘는 패턴들임에 따라 60센티미터 철자를 주변에 부딪히지 않게 살피며 이리저리 돌렸다.


가죽을 꺼냈다. 남색 크롬 가죽이었다. 버킷백에 사용하고 남은 것이었다. 가죽을 작업대 위에 펼쳤다. 패턴들을 가죽 원단 위에 올렸다. 넓은 가죽의 남은 공간을 보며 퍼즐 게임을 하듯 패턴들의 위치를 바꿨다. 전체를 훑어보다가 정면 패턴을 들고 그 아래 가죽원단을 살폈다. 손톱만한 생채기가 보였다. 패턴을 그 흔적을 피해 안쪽으로 옮겼다.


칼을 잡았다. 각 패턴의 가장자리에 여유를 두고 가죽을 크게 잘라 냈다. 패턴들은 각자의 짝을 갖게 되었다. 앞면 패턴 커플을 중앙으로 가져오고 나머지를 위로 밀어냈다.


가죽 위에 패턴의 위치를 다시 조정했다. 중앙에 원형 문진을 올렸다. 60센티미터 자를 패턴의 오른쪽 변에 겹쳐놓고, 자와 가죽이 함께 고정되도록 자의 안쪽 변에 문진을 하나 더 얹었다. 왼손으로 가죽-패턴-자가 겹쳐진 부분이 고정되도록 꾹 눌렀다. 칼을 든 오른손이 자를 따라 긴 선을 그었다.


잘려 나간 가죽과 자를 밀어두었다. 정중앙에 있던 원형 문진을 회전축 삼아서 아래 깔린 가죽과 패턴을 단숨에 90도 돌렸다. 다음 잘라낼 부분이 오른쪽에 자리 잡았다. 칼로 긋고 덜 잘린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앞판, 뒤판, 옆판, 덮개가 쌓였다. 종이 패턴 위 가죽 조각이 같은 모양인지 하나씩 들춰보며 확인했다. 잘라낸 자투리들을 모아서 작업대 아래 휴지통에 버렸다.


선생님이 회사 얘기를 꺼냈다. 몇 마디 주고받다가 말했다.


“오래 다니지는 못할 것 같아요.”


선생님이 바로 답했다.

“그 좋은 회사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왜 해? 최대한 다녀야지.”


자르고 남은 자투리들을 마지막으로 치우며 말했다.

“저는 회사 체질이 아닌 것 같아요. 늦게 알게 되었네요.”


작업대 위에는 재단된 가죽들이 모였다. 남은 약간의 시간 동안 가죽들에 보강재를 붙였다.


오늘분 작업이 끝났다. 가죽과 패턴을 모아서 쇼핑백에 넣었다. 한아름 크기의 쇼핑백이 여러 자재들로 가득 찼다.


지하철을 타고 갔다. 왼손가락들에 남은 검은 흔적을 손톱으로 긁었다. 본드가 말라 붙은 자국이었다.


약속 장소는 집에서 가까운 번화가였다. 골목 끝 횟집 앞에 섰다. 낮은 조도의 홀에 여러 테이블이 보였다. 사람들이 큰 몸짓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일행을 발견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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