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7-1

by KJ

문을 들어서자 비릿하고 끈적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실내는 어두웠지만 천장에 여럿 달린 동그란 조명 아래를 지날 때는 눈이 부셨다. 접시를 든 직원이 바로 옆으로 지나는 것을 멈춰서 양보했다. 일행이 앉아 있는 안쪽 테이블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 있는 형, 동생과 눈인사를 하며 가장 안쪽에 있는 그들에게 갔다. 테이블 사이를 지나가며 의자들 옆을 스쳤다. 사람으로 꽉 찬 공간은 오랜만이었다.


"또 오랜만이네요."

"넌 왜 이렇게 연락을 안 하니? 앉아."


가방과 겉옷을 의자에 걸치고 앉았다. 몸을 조금 움츠리며 테이블의 너비에 적응해 갔다. 먼저 앉아 있던 형과 동생이 수저와 냅킨을 챙겨 주었다. 물수건을 뜯어 손을 닦았다. 손가락 사이를 한 번 더 문질렀다. 손톱 옆에 남은 본드 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몸을 쭉 펴고 상체를 좌우로 기울여 봤다. 주변을 둘러봤다. 주말을 앞둔 이들의 얼굴에는 저마다의 설렘이 있었다.


테이블에는 몇 점이 비는 회 접시, 국물, 소주병과 잔이 있었다. 흰살생선 회를 간장에 찍고 입에 넣었다. 이가 잘 들어가는 부드러운 생선살을 몇 번 씹다가 소주를 잔에 받았다.


"술 마실 수 있어? 괜찮겠어?"

"조금은 괜찮아요."


무슨 얘기하고 있었는지 먼저 물었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뭐 하고 지냈어?"


굵은 고추냉이 알갱이를 젓가락으로 찍으며 잘게 분리되도록 애썼다.

"손으로 하는 것들을 배웠어요. 금속이랑 가죽 공예 같은."


형이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공예?"

"반지 같은 걸 만드는 것이죠."

"취미로 하기엔 괜찮겠네."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잠금을 해제하고 갤러리 앱을 켰다. 반지 사진을 찾아 형 쪽으로 돌렸다. 형이 눈을 가늘게 뜨고 들여다봤다. 동생이 옆에서 목을 빼고 봤다.


"오. 이거 네가 만든 거야?"


형이 화면을 확대하려다가 사진이 넘어갔다.


"이것도?"

"네."


형이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멋지네."


휴대폰을 받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접시 위에 놓인 생강 조각을 젓가락으로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가죽공방에서 가방도 만들었어요."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가, 테이블 위에 도로 놓았다.


"근데 복직은 언제야?"

이번 달 말이라고 답했다.


형이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 그 팀으로 돌아가서 계속 다니는 거야?"


젓가락으로 고추냉이를 조금 더 떼어 접시에 옮기며 답했다.

"네. 원래 소속된 팀에 복귀하는 게 원칙이지요."


형이 빈 잔을 내려놓았다. 잔으로 바닥을 두들기며 물었다.

"오래 다니는 게 힘들겠다는 얘기도 얼마 전에 했다면서?"

"그냥 해 본 얘기예요. 정해 놓은 건 없고요."


형이 말을 이어갔다.

"확실한 계획 없으면 결정하지 마."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나오면 오래 못 버틴다."


형은 '밖은 춥다'라는 많이 들어 본 말도 이어서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는 귀에 옆 테이블의 흥분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에 대한 걱정 어린 질문들에도 답했다. 일시적인 것이었으며, 조금 쉬면 나아질 문제였다고 얘기했다. 내가 예전에 얼마나 밝은 사람이었는지도 그들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말하면서 내 평소의 얼굴 근육보다 입꼬리를 좀 더 올려 봤다.


동생이 물었다.

"그 공예 같은 거, 복직하고도 계속할 거예요?"


간장 종지 안에서 젓가락을 한 바퀴 돌렸다.

"여유되는 한 계속해야지."


이야기는 다른 주제로 옮겨갔다. 술자리에 참석 못한 누군가의 근황, 예전 같은 팀일 때 얘기, 가볍게 웃는 말이 이어졌다. 대부분 듣고만 있었다. 가끔 짧게 대답했다. 빈 잔에 소주를 받아 마셨다. 잔에 입술이 닿을 때마다 그들의 말소리가 잠깐 멀어졌다.


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로 걸어갔다.

"오늘은 내가 살게."


급히 따라 일어나려다 멈췄다. 손짓으로 괜찮다는 표시를 받았다.

"복직하고 다음에 네가 내."


가게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차가웠다. 헤어질 곳까지 같이 걸었다. 서로 몸을 두들기며 인사했다. 동생은 광역버스를 타고 갔다. 형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뒷모습이 작아졌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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