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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방에 도착하니 선생님이 작업대에 팔꿈치를 괸 채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안쪽 작업대에 자리 잡았다. 지난 시간에 재단한 가죽 뭉치를 꺼냈다. 남색 겉감과 하늘색 안감이 모여 있었다. 가방의 모양을 잡을 차례였다.
뒤판의 겉감과 안감을 붙이기 시작했다. 겉감의 외곽선을 따라 본드를 펴 발랐다. 안감도 같은 작업을 했다. 가방이 유연성을 갖도록 전체 면에 본드를 바르지는 않는다고 했다. 접착 준비된 겉감을 아래에, 안감을 위에 두고 위쪽 외곽선만 먼저 맞췄다. 두 원단이 정렬됨을 확인하고 아직 붙이지 않은 아랫부분에는 패턴지를 사이에 끼웠다. 위쪽이 똑바로 붙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 후, 패턴지를 조금씩 내려서 뺐다. 종이가 빠지며 노출된 양쪽 접착부위를 살짝 누르고 패턴지를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아랫면까지 비뚤어진 부분 없이 잘 붙었다.
가방 안쪽 뒤편에 태블릿을 끼울 밴드를 삽입했다. 뒤판을 안감이 위로 오도록 놓았다. 양 변에 정해 놓은 위치에 맞춰 위에서부터 치수를 재고 은색 펜으로 밴드를 붙일 위치를 표시했다. 고무 밴드를 꺼내 붙일 길이에 맞춰 잘랐다. 양 끝을 접어 뒤판에 부착했다. 왼쪽을 붙이고, 오른쪽은 잡아당겨 팽팽한 장력을 만든 뒤에 붙이고 문진을 올려놓았다. 밴드가 붙은 상태의 뒤판과 옆판을 붙였다. 고정된 형태를 손으로 쥐고 재봉틀로 가져갔다.
재봉틀 의자에 앉아 왼발은 바깥에, 오른발은 페달 위에 살짝 올려놓았다. 오른 다리가 지나치게 구부러진 걸 확인하고 의자를 뒤로 뺐다. 가방의 옆판과 뒤판이 붙은 부분의 가장 위에 재봉이 시작되도록 맞췄다. 오른발 끝으로 페달을 톡 건드렸다. 바늘이 한 땀 내려갔다. 숨죽이고 다시 한번 건드렸다. 가죽이 아주 조금 앞으로 움직였다. 양손으로 가죽을 잡은 채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선이 틀어지지 않는 것이 확인되자 발에 힘을 조금 더 실었다. 바늘이 두세 땀씩 이어졌다. 재봉틀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투두둑' 소리를 내며 이어졌다. 부착된 선을 따라 끝까지 진행했다. 마지막 땀에서 페달의 뒤쪽을 밟았다.
바늘이 올라오자 가죽을 빼냈다. 쪽가위로 실을 잘랐다. 양쪽에 남은 실을 바늘귀에 끼워 한쪽으로 끌어 모았다. 두 가닥을 묶고 짧게 잘랐다. 라이터 불을 가까이 대자 실 끝이 작게 녹아 뭉쳤다. 라이터 끝으로 눌러 단단히 고정했다.
앞판의 겉감과 안감을 붙이기 전에 잠금장치 위치를 잡았다. 금속제 들치기 잠금을 가죽 위에 올려 윤곽을 눌러 표시했다. 표시선을 따라 칼집을 냈다. 여러 번 칼질을 하다 뚫리지 않자 일자형 펀치를 빌려서 망치질을 했다.
11자 형태로 뚫린 구멍에 금속 잠금장치를 앞에서 밀어 넣었다. 전기 제품 플러그 형태의 고정용 발이 통과했다. 뒤쪽에 튀어나온 발에 고정용 금속판을 통과시키고 양쪽으로 구부렸다. 손끝으로 눌러 완전히 밀착시켰다. 잠금장치가 붙은 앞판에도 안감을 붙이고 가방의 나머지 부위들과 같은 방식으로 붙이고 봉제했다.
가방의 덮개를 내려 잠궈 봤다. 앞뚜껑의 금속 프레임 구멍을 본체의 잠금 돌기에 통과시켰다. '들치기 잠금'이라 부르는 잠금 돌기를 아래로 내렸다. ‘탁’ 하는 금속성 소리가 났다. 덮개가 고정되었다. 잠금장치를 풀고 뚜껑을 열었다가 다시 돌기에 끼우고 잠그는 걸 몇 번 반복했다. '드륵 탁' 하는 소리가 작업실 내 울렸다.
가방을 작업대 위에 세웠다. 전체 윤곽을 한 바퀴 돌아보며 확인했다. 쓰러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집에서 에지코트만 바르면 완성이라고 했다.
가방의 뒷면의 4개 고리 중 위쪽 두 개에 끈 하나를 달았다. 세로로 길지만 크로스 형태로 맬 수 있었다. 대각선으로 끈 하나를 연결했다. 상체 절반을 통과시켜 오른쪽 어깨와 왼쪽 옆구리로 끈이 가로지르도록 매 봤다.
가방이 몸에 매달려 있긴 했으나, 잔뜩 기울고 위쪽 어깨에 전체 무게가 걸린 듯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양쪽에 세로로 두 개의 끈을 연결해 등에 맸다. 뒤돌아 거울을 보니 가장 안정감 있는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았다. 평소에 가방을 놓던 책상 옆의 긴 피아노 의자에 올려놓고 바라봤다. 뒤로 돌려 봤다. 뒤판이 안쪽으로 둥글게 휘었다. 밴드를 붙인 부분이 움푹 들어간 채 안쪽으로 말려 있었다. 양쪽 끝을 잡고 당겼다. 놓자 다시 안쪽으로 말려 들어갔다. 한 번 더 펴봤다. 손을 떼자 같은 모양으로 돌아왔다.
작업 시간을 떠올렸다. 재단, 봉제, 손잡이 작업, 조정하며 멈춘 시간까지 더했다. 합산된 시간에 현재 직장에서의 시급을 대략 계산하여 곱했다. 최저 시급으로 다시 계산해 봤고, 소요 시간에서 패턴 제작한 시간을 빼기도 했다. 여러 기준으로 합산하고 재료비도 더해 봤다. 대중적인 브랜드와 다른 생경한 숫자들이 보였다.
가방을 장식장으로 가져갔다. 아직 물건을 놓지 않은 빈칸에 가방을 놓았다. 서재로 돌아와서 웹브라우저에 영상을 띄웠다. 여러 수공예 작업 과정들이 추천 영상들로 보였다. 스크롤을 내리며 가끔 보이는 유머 영상들을 새 탭으로 띄웠다. 화면을 바꾸지 않고 계속 추천 영상들을 내려 보면서 탭을 하나씩 늘려 갔다. 각 탭의 제목이 한 단어도 보이지 않게 빼곡히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