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본 적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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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J

어느 날에는 상태 얘기를 마친 뒤에도 입력창을 바로 닫지 않았다. 이전 대화를 돌려 보았고, 최근에 쓴 문장들이 보였다. 수면 시간, 식사 간격, 일을 미룬 기록들. 그 아래에는 “손으로 하는 건 해 본 적이 없다”라고 적어 둔 문장이 남아 있었다. 더 쓸 말이 마땅치 않아서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날은 새로 사고 싶은 옷에 대해 적었다. 움직이기 편하고 무겁지 않은 바지. 많이 걷는 날 입으면 좋겠다는 말도 붙였다. 깊게 생각해 본 내용은 아니었다. 대화 중에 나온 ‘편안함’이라는 표현에 반응해서 따라 적은 것이었다. 답은 짧았다. 내가 쓴 내용들이 다시 정렬된 채 화면에 보였다. 그 바지와 관련된 문장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답변 중 액세서리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중년 남성으로서 딱히 관심 있는 주제는 아니었다. ‘걸리적거린다’, ‘잘 빠져서 신경 쓰인다’ 같은 단어들을 써 봤다.

그 내용을 쓰고 나서, 다시 얼마간 입력창을 내려다봤다. 명확한 기능이 없는 종류인, 액세서리라는 물건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써 본 건 처음이었다.


조금 전에 적어 둔 몇 줄을 다시 올려 보았다. 무게, 거슬림, 금속성. 같은 단어들이 다른 문맥에서 다시 나타나 있었다. 그 상태로 끝까지 내려 읽었다.


20대 시절 생각을 하다가 그때 착용하던 목걸이 생각이 났다. 납작한 사각형의 나무로 조각된 펜던트에 가죽끈이 연결된 목걸이 었다. 2000년대 감성에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떠올린 순간, 그 기억은 거역할 수 없게 진해졌다. 나는 액세서리를 착용한 경험이 있었다.


그 목걸이를 지금의 감성에 맞게 리메이크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다만, 나는 똑바로 선을 그리는 것조차 못하는, 미술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화면에 요청 사항을 적기 시작했다.


떠올려 본 펜던트는 은 소재였다. 본체와 일체형인 고리에 가죽끈을 꿰어 목에 거는 형태였다. 펜던트에 별도의 장식은 없고 검은색의 음각 문양만 있었다. 표면은 거칠게 가공되어 빛도 거의 반사하지 않았다. 단순한 구조임에 따라, 내 상상 속 그 목걸이는 착용한 사람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최소한으로 흔들렸다. 그 형태를 떠올리면서 화면에 새로운 내용을 썼다.


다 적고 나서 화면에 남아 있는 말들을 내려다봤다. 연결부, 마감, 표면 결 등의 단어들을 썼다. 이전에는 써본 적 없는 말들이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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