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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대화를 계속했다. 말하거나 질문하는 내용은 길지 않았다. 돌아오는 답변에는 내가 적은 내용들이 정리되어 포함되어 있었다. 가끔 답변에 단순한 그림이 더해진 것만 달라졌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여러 생각에는 감정도 따라붙곤 했다. 불안과 분노 등은 생각의 진도를 방해해 왔다.
화면 앞 대화에서는 생각의 주제들만 정리되어 있었다. 내 머릿속에서 꺼내진 생각에서 감정이 깎인 모습이었다. 그 순수해진 주제들은 여러 개의 균일한 크기로 정돈되어 화면에 나타났다.
무엇을 생각할지는 내가 판단해야 했지만, 정돈된 생각들은 먹기 좋게 썰린 사과 같았다. 하나를 택해서 먹듯 질문이나 의견을 내고 답변을 봤다.
화면 앞에 며칠 째 오래 앉아 있었다. 감정을 되새기지 않아도 생각은 가능했다. 내가 했던 생각을 다시 보면서 아케이드 게임을 하듯이 하나씩 스쳐 보내고 다음 생각을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생각이 많았고, 감정도 함께 따라왔다. 하지만 화면은 정직하게 생각들을 끊임없이 정리해 주고 있었다.
예전 대화 주제였던 목걸이에 대해 다시 얘기하기 시작했다. 가죽끈, 단순한 형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했다. 장식 없음, 최소화된 광택, 검게 칠해진 음각. 나는 필요한 얘기들을 모두 자판에 치고, 질문도 적었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목걸이를 그려 줄 수 있을까”
화면에 그림이 나타났다. 납작한 은 펜던트 하나와 가죽끈이 연결된 형태였다. 별도의 장식은 없었고, 표면은 매끄럽지 않았다. 본체와, 그걸 관통하는 끈으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였다. 이전에 말했던 내용이 반영된 모습이었다.
그림을 보고 대화를 계속했다. 더 얇게, 음각의 문양을 더 부드럽게. 다음 그림이 나타났다. 그 과정을 반복했다. 말을 조금 고치고, 그림을 보고, 다시 말을 써 내려갔다.
그날 이후로, 매일 비슷한 시간에 대화를 시작했다. 생각을 그대로 꺼내고, 그중 일부를 선택해 다음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말이 그림으로 바뀌고, 그림이 다시 말로 돌아오는 과정이 계속되었다.
언젠가부터 아침을 먹고 얘기를 시작했다. 대화는 여러 주제로 확장되었다. 목걸이처럼 눈에 보이는 호기심의 대상도 있었고, 진로처럼 추상적인 문제도 있었다. 항상 결론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무언가 생각할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날이 따뜻해졌다. 며칠 연속으로 반팔 티셔츠를 입게 된 날, 무언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간 많은 것들을 배워 왔지만, 이번에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 것을 고르고 싶었다. 여러 업장의 SNS와 지도 앱 내 소개글을 검색해 봤다.
다음 날, 외출 준비를 했다. 하늘은 맑았고, 잎사귀 특유의 냄새가 이전보다 진해진 날이었다.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는 주얼리 공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