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주얼리 공방에 들어갔다. 문을 닫자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 조용한 공간에 응접용 테이블과 선생님 사무공간, 작업대들이 보였다. 작업대는 출입문 반대편 창가 중앙에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었다.
혼자 왔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호기심 어린 눈빛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혼자 주얼리 제작을 배우는 게 흔치는 않을 것이다. 몇 마디 나눴다. 수업 안내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나라는 대상을 규정하는 대화처럼 느껴졌다.
“주얼리는 처음이세요?”
“혼자 오신 건가요?”
“일일 체험 위주로 생각하셨어요?”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냥 해 보고 싶어서 왔다고 답했다.
주위를 곁눈질로 둘러보았다. 천장에서 늘어뜨린 농구공 몇 배 크기의 펜던트등이 응접 테이블을 비췄다. 반대편의 작업대들에는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모양은 제각각이었지만 울퉁불퉁하고 뾰족한 것들이었다. 탁상등이 하나씩 작업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휴대폰을 선생님께 건넸다. 은으로 된 펜던트 그림이었다. 납작한 육면체 몸체에, 끈을 꿸 수 있는 고리가 일체형인 모양이었다. 펜던트 중앙에는 손 모양의 검은색 문양만 있었다. 크기와 두께는 대략 잡혀 있었다.
선생님은 잠시 이미지를 보며 가만히 있었다. 대화의 방향이 바뀌었다. 체험에 대한 설명에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외형은 주조하기 위해 왁스로 먼저 만들고, 주물이 나오면 고리는 빨대 형태 제품을 별도로 붙이는 게 낫다는 말이 나왔다. 표면의 음각은 컴퓨터 작업을 하는 세공소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도 이어졌다.
도구를 잡았다. 손에 쥔 세공용 줄은 묵직했고, 왁스는 단단했다. 설명대로 시도했지만 표면은 한 번에 반듯하게 나오지 않았다. 펜던트 앞면 곳곳을 갈 때마다 그 부분이 얇아진 불균형이 계속되었다. 무릎 위에 열어 놓은 서랍에는 초록색과 흰색이 섞인 찌꺼기가 쌓였다. 처음부터 수북했던 그 양은 내 작업 후에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
작업대 위에 놓인 조각을 내려다봤다. 초록색의 불투명한 조각. 이걸 종로의 주물 업체에 맡기면 은제품이 되어 돌아온다고 했다. 완성된 펜던트의 물성과 무게를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정면에서 내려다보니 어딘가 뒤틀린 정사각형이었다.
왁스 조각을 선생님께 맡겼다. 똑바른 정사각형을 만들 수 있었다면 '어딘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 수업 날짜 이야기가 오갔다. 시작 전에는 일일체험이었던 것이, 작업 후 상담에서 정규 과정으로 변경되었다.
집에 돌아와 바로 서재로 들어왔다. 가방을 내려놓고 화면 앞에 앉았다. 이전의 대화들을 열어 봤다. 제목은 제각각이었지만 첫 문장은 비슷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일들, 해볼 수 있는 일의 범위, 실현 가능성 등의 내용이었다.
대화에는 여러 사업 형태가 정리돼 있었다. 온라인부터 영업장을 두는 사업까지. 각각의 조건도 있었다. 혼자 운영 가능한지 여부, 여러 가지 잠재적인 위험성 같은 기준이었다. 얼핏 보기에 뭐든 괜찮았다.
가용 자본을 다시 적었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투자 가능한 금액을 계산했다. 이미 여러 번 계산해 본 범위였다. 실패해도 괜찮거나, 회복이 어려울 구간이 나뉘어 있었다. 모든 내용이 그럴듯해 보였지만, 선택 및 실행 계획에 대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화면 한쪽에 이미지를 띄웠다. 정사각형 형태 위에 새겨진 손. 공방에서 들었던 제작 과정 설명이 아직 덧붙여지지 않은 상태였다.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보며 대화를 재개했다.
"이 작품의 기획 및 제작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 수도 있고,"
문장은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콘텐츠라는 말은 친숙해서 써 봤지만, 그다음에 이어갈 말은 없었다. 다른 문서를 열었다. 반복 생산이 가능한 구조인지, 외주를 포함했을 때 전체 과정과 비용이 어떨지 등이 정리돼 있었다. 같은 제품이라도 양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대화를 다시 열었다. 질문은 이전보다 짧아졌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는, 조심해야 할 것을 묻는 쪽에 가까웠다. 답변은 여전히 정리되어 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화면에서 눈을 뗐다. 마우스 휠에 낀 때를 잠시 벗겨냈다. 문서를 저장하지 않은 채 일어났다.
컴퓨터를 끄자 조용해졌다. 낮에 공방에서 봤던 광경이 떠올랐다. 그곳에는 조건표도, 전망 분석도 없었다. 모두 눈앞에 있는 초록색 왁스를 깎는 작업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